통합종무원의 발전을 기대하며

지난 11월 2일 부산 코모도 호텔에서 열린 제18대 태고종 부산 통합종무원장 자관스님
취임법회에 운집한 부산지역 태고종 스님들과 1천여 사부대중.
제18대 통합종무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취임의 변을 밝히고 있는 자관 종무원장스님.
부산 통합종무원을 이끌어 갈 자관 종무원장 체제의 국장단 스님들.

태고종 부산 종무원을 회상하니 어언 50여 년 전이 떠오른다. 두륜산 가야산 팔공산에서의 산중생활에서 부산이라는 도시로 생활공간을 옮긴 필자는 학업을 더 진행하기 위해서 암자에 걸망을 풀고 본격적으로 도시생활이 시작되었다. 그 당시 부산은 60년대 말이라 사회는 매우 진취적인 분위기였다. 근대화와 산업화란 국가경제발전의 도약단계에서 사람들은 도시로 이동하는 현상을 보였다. 불교집안 또한 복잡했다. ‘50년대 이른바 분규로 말미암아 많은 스님들이 도시로 몰려드는 현상이었다. 산중에서 터전을 잡고 있던 스님들은 밀려나서 도시에 조그마한 절을 짓고 불법홍포에 나섰다. 항도 부산은 통도사 범어사 스님들과 북한에서 특히 금강산 사찰인 유점사와 안변 석왕사 대본산과 이들 말사들에서 내려온 스님들이 어울려서 사는 시대가 전개되고 있었다. 부산의 산언덕에는 조그마한 암자들이 부지기수였다. 해방 전 스님들과 법난에 의해서 밀려나온 스님들과 이른바 통합종단에서 스님이 된 젊은 스님들이 뒤범벅이 된 채, 부산 불교계는 그런대로 활기가 넘쳐났다. 거리에는 스님들이 활보하는 것이 예사였고, 대신동에서 동래까지의 공간에는 줄잡아 2천개 정도의 크고 작은 사찰과 암자들이 있을 정도로 부산 불교는 활기에 넘치고 스님들은 제각기 포교에 열중이었다.

산중에서의 느슨한 삶을 영위하다가 부산으로 옮긴 나도 바쁜 몸이 되었는데, 낮에는 절에서 부전을 살면서 사시불공을 하고 저녁에는 책가방을 메고 시내로 가는 것이 몇 년간 일상화되었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반세기가 지나가고 있으니 세월의 무상함이란 참으로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사람이란 100년의 짧은 생애동안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옛 동네 안 올 것 같지만 살다보면 부닥치게 되는 것이 인생사다. 50여 년 전 잠시나마 관계했던 태고종과의 인연을 다시 곰곰이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당시 내가 의지했던 절은 사설이라서 자연스럽게 부산불교사원연합회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

취임식에서 지현 호법원장스님이 초창기 태고종 부산종무원을 이끌었던 스님들의 법명을 나열하면서 한 분 한 분 이름을 거명한 것을 보면서 옛날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부산종무원장 박석봉 스님을 위시해서 문구암, 김상도, 이종해, 박준석(석암), 김동호, 김대관, 신석갑, 정태화, 최경록, 김해운, 조병태 스님과 영락정사 김영파 스님 등 일일이 거명하자면 한이 없을 정도다. 당시만 해도 부산 경남지역에는 큰 스님들이 많았다. 부산대학과 동아대 교수의 3분의 2가 승려출신 교수들이었다. 부산지성계는 승려출신과 승려들이 여론을 형성할 정도였다. 지금도 항도 부산이 불심의 도시인것은 이와같은 역사와 무관치 않음을 알아야 한다. 이런가운데  큰 절에서 살다 밀려나와서 환속한 분들도 제법 많았지만, 조그마한 암자를 세워서 어려운 가운데 포교활동을 하는 스님들 또한 많았던 시절이고, 요즘처럼 출가자가 드물었던 것이 아니라, 큰 절에는 행자가 넘쳐났다. 해인사 같은 큰 절에는 행자가 평균 20명 정도가 될 정도였다. 통도사 범어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계를 받고 강원을 마치면 대학 진학을 위해서 도시로 몰려들었는데, 이런 스님들은 대개 서울이나 부산으로 이동했었다.

지금 생각하니 이 시기가 한국불교 혼란기이면서 성장기였다고 본다. 부산불교사암연합회는 범일동(교통부) 육교 부근에 있었다. 태고종이 창종 되면서는 초량 고관입구로 옮겨서 여법한 종무원도 갖추고 활기 넘치는 태고종 부산경남 종무원으로서 막강한 교세를 자랑했다. 이런 태고종 부산경남종무원이 어인 일인지 맥을 못 추고 있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는데, 그동안의 분파를 지양하고 이젠 통합 종무원으로서 새 출발을 하게 돼서 너무나 다행이다.

새로 취임한 자관스님은 능력과 덕을 겸비한 종단의 중진스님으로서 종무원 운영을 잘 하리라 믿는다. 종무원장 스님께서는 무엇보다도 종도화합을 강조했고, 종무원사 건립을 목표로 설정해서 추진하겠다고 했다.

신임 종무원장스님께서는 태고종 부산종무원의 옛 전통과 교세를 회복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종무원사를 먼저 여법하게 마련하고 종무원을 이끌었던 선배 스님들의 행적을 조사해서 제대로 정리하고 체계를 갖추는 일이다. 또한 부산 종무원 산하에 종단 공찰의 실태를 파악하고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파악하는 일이다. 참으로 할 일이 많다.

원응 <주필>

저작권자 © 한국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