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7일 ‘화중생연 육신등공한 충담당 원상대선사 제20주년 추모법회’ 주관

오는 가을 점안식을 봉행하는 감로사 약사여래부처님

 
제17주기 추모법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지성스님
 
지난해 추모법회에서의 영산재 봉행
지성스님이 은사스님을 추모하고 있다
지성스님이 충담스님 영정을 바라보고 있다


 

 

“은사스님께서 소신(燒身) 열반하신지 벌써 20주년이 됐다니 세월이 화살과 같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그동안 큰스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일을 제대로 해 왔는지 지난 20년을 돌아보면서, 큰스님께서 소신열반하면서 세우신 ‘조국평화통일, 고통받는 중생구원, 불교흥륭’ 의 대원력이 우리 사회와 불교계를 한층 밝고 맑게 하는데 일익을 담당할 수 있도록 (큰스님)열반 20주년을 계기로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충담대화상 문도회’ 고문이며 태고종 원로회의 의원인 지성스님(가평 감로사 주지)은 오는 6월 17일 오전 11시 감로사에서 개최하는 ‘한국불교태고종 승정 충담당 원상 대선사 ‘화중생연(火中生蓮)’ ‘육신등공(肉身騰空)’ 소신열반 제 20주년 추모 법회 및 선망부모 조상천도 영산재’를 봉행하는 소감을 이렇게 밝힌다.

‘충담대화상 문도회’ 문도들과 승가사 · 감로사 신도 등 2백여 대중이 참석할 이번 20주년 추모법회에서는 논산 안심정사 회주 법안스님(철학박사)이 ‘충담스님 소신공양 원력과 남북평화 통일, 그리고 불교흥륭 방안’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할 예정이다.

지성스님은 먼저, 충담 대선사 열반 20주기를 맞는 올해, 4월과 5월의 ‘남북정상회담’ , 6월 ‘북미정상회담’ 이 잇달아 열리면서 평화통일의 기운이 움트고 있음을 기뻐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전쟁이 발발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기 짝이 없던 한반도에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가시화되고, 더구나 20주기 열반 추모일을 앞두고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된 것은 매우 상징적이어서 이번 열반추모법회가 더욱 뜻깊게 여겨진다고 밝혔다.

지난 1998년 불교계는 조계종 분규로 온통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었다. 더구나 IMF로 인해 파산자와 노숙자가 늘어나고 자살자가 속출하는 등 고통 받는 중생들로 당시 한국사회는 한시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충담스님은 일제시대 때 태어나서 일제 식민지하에서 우리 민족을 구하기 위해서는 불법을 흥륭시키는 길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열일곱에 출가했다. 젊은 날 일제의 징용을 피해 만주벌판에서 행각정진하면서 조국의 광복을 기원, 1945년 고국에 돌아오는 길에 형사에게 붙들렸다가 감격스런 해방을 맞이한 기쁨도 잠시, 동족상잔의 6·25 전쟁 때는 산더미 같은 시체 속에서 염불 독경으로 고혼을 천도하기도 했다.

휴전이 되어 가장 먼저 한 일 역시 조국의 평화통일과 중생의 행복을 기원하는 도량(호명산 감로사)을 여는 등 격동기 속에서도 항상 중생구제와 남북통일이라는 화두를 안고 살아온 충담스님에게 있어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은 한국불교가 타의에 의해 갈가리 찢긴 지난 1950~60년대 ‘법난(法難)’이었다.

전쟁의 비극과 참혹함을 뼛속까지 체험한 바 있는 충담스님은 중생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늘 마음 아파하며 “이 몸을 불살라 여래께 공양하리라. 그리하여 이 나라 분단된 국토가 하나 되고, 사회가 안녕하며, 헐벗고 괴로운 이 없어지고, 불국토가 앞당겨 이 땅에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는 원(願)을 세우고 소신공양으로 원력이 성취되기를 늘 기원했으며 마침내 1998년 6월 27일(음력 5월 4일) 새벽, 가평 감로사에서 스스로 몸을 불살라 부처님께 공양 올렸다.

세랍 86세 노스님의 소신공양 열반소식은 혼탁한 이 세상을 밝혀 중생을 일깨우는 등불이며 불꽃 속에 핀 연꽃처럼 희유한 소식으로 불교계를 놀라게 했고 사회에 큰 경종을 울렸다.

평소 한치의 흐트러짐 없는 수행정진으로 귀감을 보이고 존경을 받았던 충담스님은 스스로 몸을 불살라 중생구제의 대자비심을 만방에 보여주고, 생사(生死)의 소용돌이 속에서 울고 웃는 중생들에게 불생불멸(不生不滅)의 이치를 깨닫게 하는 해탈법문을 보인 것이다.

한국불교 1700년사에서 순수한 불교의 신앙심으로 ‘언어도단 심행처멸(言語道斷 心行處滅)’의 경지에서 이룩한 ‘불속에서 연꽃을 피우고(火中生蓮) 살아있는 육신으로 등공(肉身騰空)’한 최초의 일이었다고 불교계는 추앙해마지 않았다.

충담스님은 열반하기 10년 전부터 소신공양 원력을 세웠다고 한다. 스님은 자신이 세운 원력을 저서 <염불>을 통해 확연히 드러냈다.

스님은 <법화경> ‘약왕보살본사품’에 희견보살이 부처님 회상에서 수행 정진할 때 육신으로 공양함을 서원하고, 부처님 앞에서 소신공양을 올려 불은(佛恩)에 보답하는 대목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은 것이다.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온갖 괴로움과 병환을 여의게 하고, 나고 죽는 일과 얽힘으로부터 벗어나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증득하게 하는 것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평소 주위에 자주 말씀하셨다고 한다.

열반 20주기를 맞은 올해 충담스님의 속가 아들이자 맏상좌인 지성스님은 큰스님의 유지를 더욱 잘 받들기 위해 약사부처님을 경내에 모시는 불사를 진행하고 있다.

절 이름처럼 감로수가 흘러나오는 약수터 상단의 커다란 바위면을 편편하게 다듬어 약사여래부처님을 조성하고 있는데 올 가을 점안식을 봉행할 예정이다.

약사여래부처님은 중생의 병을 치유해 주고 모든 재앙에서 구원해 주시는 부처님이다. 약사여래기도를 하면 병고(病苦)가 없어지고 모든 재앙이 물러간다고 하여 심신이 아픈 불자들은 약사기도를 많이 한다.

지성스님은 “약사여래부처님을 마음에 새기고 그 간절한 원(願)을 마음에 담으면 약사여래불의 지혜광명이 기도자의 지혜가 되어 모든 일이 원만 성취되고, 모든 어려움과 괴로움이 없어져 미묘한 기쁨〔妙喜〕의 세계에 들 수 있을 것”이라며 말했다. “상대적 박탈감과 무한 경쟁사회에서 갈등과 스트레스가 일상화되어 심신의 병을 키우고 늘 마음이 편안치 못한 현대인들에게는 약사부처님의 가피가 꼭 필요하다”면서 은사인 충담스님도 생전에 약사부처님을 관(觀)하며 염불기도를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큰스님은 언제나 행동으로 수행자의 모범을 보이셨어요. 첫째도 자비, 둘째도 자비, 셋째도 자비를 말씀하실 정도로 수행자는 지혜와 자비심을 쌓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평소 강조하셨지요. 출가자는 언제나 근검절약하며 하심하고, 자비심으로 중생의 고통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불교인구가 대폭 감소된 현 우리사회에서 충담 대선사의 3대 원력 중 하나인 ‘불교흥륭’이라는 화두가 그 무엇보다도 절실하다고 밝힌 지성스님은 우리 태고종이 한국불교계를 모범적으로 이끌어가 ‘불교흥륭’에 앞장섰으면 한다는 종단의 원로로서의 바람을 토로한다.

“종조이신 태고보우스님의 원융회통 정신을 깊이 새기고 이를 중심으로 단합하고 정진하면서 승가정신을 회복하면 부처님의 정맥을 잇는 장자종단으로서의 지위를 되찾게 될 것입니다. 충담큰스님을 비롯 기라성 같은 선대 조사님들의 깊은 애종심과 신앙심, 수행력을 오늘에 발현시켜 새롭게 발심하고 화합해 모두가 종단 발전에 한마음으로 나섰으면 합니다.”

호명산 감로사/ 글 · 사진= 이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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