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석을 쓸어 담는 손길 아직도 슬픔은 그대로

검은 우산 아래 숨죽여 우는 여인의 추모에 눈시울 붉혀

구암사 등 사찰 단체기관 등에서 무료 식사 및 음료 제공

 

지난 6일 국립대전현충원 일대는 추모 물결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전국에서 몰려든 추모객들로 인해 현충원으로 가는 도로는 극심한 정체현상을 빚었다. 도로에 얽힌 차들이 오도가도 못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멀리 차를 주차하고 뙤약볕을 걸어가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였다. 현충원으로 가는 도로가에는 군데군데 헌화할 꽃을 판매하는 임시 가판대가 즐비했다. 가족이나 친지들의 이름이 쓰여 진 묘비 앞에 추모객들은 비석을 쓰다듬는 것으로 슬픔을 누르고 있었다. 동료 혹은 상사나 후배의 묘비 앞에서 헌화하는 그들 역시 말이 없었다. 검은 우산 아래 숨죽여 우는 여인의 추모에 눈시울 붉어지는 현장이었다.

추모객들을 위한 대전 구암사 종교단체 및 사회단체에서 봉사의 손길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들은 추모객들에게 무료식사를 제공하고 아이스크림과 음료를 나눠줬다.

이날 추념식은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관 대전시장 권한대행, 국가유공자 및 유족, 각계대표, 시민 등 1만 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428030,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당신을 기억합니다'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묘역 참배, 추념행사, 순직 소방공무원 추모식 순으로 진행됐으며, 추념행사는 오전 10시 추모묵념과 국민의례, 배우 한지민의 추모헌시, 국가유공자 증서 수여, 추념사, 추념공연 등으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추념식에서 “그분들의 삶이 젊은 세대의 마음속에 진심으로 전해져야 한다”며 애국자와 의인의 삶에 존경심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관심을 가질 것”을 부탁했다. 이어 “국가유공자에 대한 진정한 예우는 국가유공자와 유족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의 추념사 이후 후반부에는 가수 최백호 씨가 ‘늙은 군인의 노래’를 불렀다. 이어 록밴드 장미여관이 호국 보훈의 달을 맞아 발매한 ‘우리, 함께’ 라는 곡이 연주되기도 했다.

이번 추념식에서는 대중 예술인들이 주요 장면마다 등장했다. 현재 군 복무 중인 배우 지창욱· 주원· 강하늘· 임시완 등이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를 불러 눈길을 끌었다. 이어 배우 한지민이 이해인 수녀의 ‘우리 모두 초록빛 평화가 되게 하소서’ 라는 추모시를 낭송해 호국영령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서로 사랑하며 희망찬 미래로 나아갈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현충일 추념식 진행은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엄숙함을 강조했던 과거 행사와 달리 대중에게 친숙한 예술인들의 참여가 눈에 띄었고, 음악과 극적 요소가 가미됐다.

국가유공자 증서 수여자로는 지난 3월 동물구조작업 중 트럭에 밀린 소방차에 치여 순직한 고 김신형 소방장 등 4명이 받았다. 또 김 소방장과 함께 순직한 김은영· 문새미 소방사를 기리는 추모식도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족들에게 태극기를 전달하며 국가가 국민을 위해 희생하신 모든 국가유공자들에게 보답하고 책임지겠다는 뜻을 전달했다./도복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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