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운 지음, 조계종출판사 刊, 값 18,000원

일상생활에서 행해지는 불교의례에 담긴 의미와 문제 살핀 철학서

“불교예경의 처음을 삼귀의로 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 대해 크게 의심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수계의식적인 측면을 제외하고는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부처님 혹은 불교와의 만남은 대개 예경으로 시작한다. 삼귀의에는 인사에 관련한 서술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 ‘귀의’에 공경의 의미와 예경의 의미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예경의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 <불교의례, 그 몸짓의 철학> 23~ 24쪽

 절에 가서 법회에 참석할 때 무의식적으로 하는 삼귀의에 대해 <불교의례, 그 몸짓의 철학>의 저자 이성운 박사는 위와 같이 의문을 제기한다.  무의식적으로 절을 올리고, 염불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또 49재나 제사를 지낼 때 그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은 있는지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 나왔다.

의례는 우리의 신앙생활 아주 가까이에서 매일 행해지고 있는, 불교 신행의 처음이자 모든 것임에도 절집에 오래 다닌 신심 깊은 신도조차도 그 의미나 형식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본 사람은 드물기에 이 책의 출간이 더욱 반갑다.

 물론 의례의 의미까지 생각하지 않아도 신행을 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제대로 알아야 바로 설행하고 후대로 바르게 전승할 수 있다. 이는 종교의 포교와 확산이라는 측면에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이다. 저자는 “내가 믿는 종교를 바르게 알고 의례의 의미에 대해 논의하고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종교 그리고 종교의례 발달에 꼭 필요한 과정”이라면서 “특히 불교는 중국을 거쳐 한반도로 들어와 오랜 시간 전승되었기 때문에 의례 절차에 많은 변화가 불가피했다. 이런 변화가 유의미하긴 하지만, 불교가 후대로 잘 이어지기 위해서라면 출 재가를 막론하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례를 토론하고 정립해나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성운 박사.
이성운 박사.

<불교의례, 그 몸짓의 철학>은 의례의 순서나 방법을 알려주는 의례집이 아니라, 의례에 담긴 의미와 문제를 살피는 철학서이다. 또 의례의 상황별 광략에 따라 소리를 짓고 쓸기도 하여 문파마다 의식문의 차이가 생긴 전승의 문제에 화두를 던진다. 저자는 의례 설행이나 의문의 전승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놓치지 않고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불교의례’라고 하면 스님들만 하는 것이라고, 좀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불교의례, 그 몸짓의 철학>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절에 가서 인사를 드리고, 참선을 하고, 공양을 올리는 일상적인 행위가 모두 의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삼귀의를 할 때 ‘스님들께 귀의합니다’라고 하는데, 그때 ‘스님들’이라고 하는 것이 바른가, ‘승가’라고 해야 할 것인가, 그도 아니면 ‘참모임’이라고 할 것인가.

또 대웅전에 예경할 때도 각단 존상에 예경할 때처럼 모신 존상의 명호를 부르면서 예경하는 것이 예의가 아닌가. 49일간의 중음기간 그리고 재탄생의 길을 떠난다고 보는 불교적 윤회관에서, 매년 기일에 모시는 조상신관과는 어떤 차이가 있으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등, 이 책은 우리가 신행 과정에서 쉽게 접하는 의례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의례 설행 그 너머의 문제까지도 깊이 생각해 보자고 화두를 던진다.

진리를 구하는 구법의 몸짓은 수행의례로 나타나고, 중생을 교화하는 몸짓은 공양과 시식의례로 드러난다. 구법과 교화의 의례는 상구보리, 하화중생이라는 불교의 교리와 정신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역사와 설화 등 전통문화까지 고스란히 담은 우리 문화의 중요한 보고라고 하겠다. 이런 소중한 의례를 바르게 실천하는 것은 불교수행의 완성이라고 이 책은 거듭 강조한다.

저자 이성운 박사는 동국대학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학술연구교수로, 대한불교조계종 의례위원회 실무위원, 불교 의례문화연구소 연구실장을 맡고 있으며,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ㆍ동국대학교ㆍ금강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또한 『한국불교 의례체계 연구』 『천수경, 의궤로 읽다』 『삼밀시식행법해설』(공저)의 책과, 「금강경 ‘우리말화’에 대한 언어학적 연구」 「의식과 의궤의 불리성」 「불교 의례의문의 명칭에 대한 고찰」 「한국불교 일상의례의 명칭 문제」 「영산재와 수륙재의 성격과 관계 탐색」 「‘현행’천수경의 구조와 의미」 「현행 수륙재의 몇 가지 문제」 「수륙재의 한국화에 대한 일고찰」 「치문현토와 번역의 연관성 연구」 등의 논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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