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종은 26개의 지방교구종무원을 거느린 종단으로서 한국 불교계뿐 아니라 종교계에서도 상위권 종파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4천 사암, 1만여 종도 전법사 교임, 3백만 신도를 포용한 대종단급이다. 그럼에도 한국사회나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은 그리 높지 않다. 이유는 대부분의 종권담당자인 지도자급들의 시대인식 수준에 의한 소극적 활동 때문이다.

과거의 수구보수적인 망집에서 빨리 탈출해야 함에도 현실안주의 고정관념이 너무 강해서, 이런 프레임을 탈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시대에 뒤쳐져 가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50여 년 전 태고종을 창종했던 주역들은 당대의 엘리트 승려들로서 종승관(宗乘觀)과 시대인식 수준이 월등한 분들이었다. 현재 본종의 사암 수나 종도(僧尼) 수는 그 때보다 훨씬 많다고 할지라도 신도는 오히려 줄었다. 대변혁의 인식전환과 실천이 없다면 종단의 미래는 암담하다. 이런 맥락에서 편백운 총무원장 집행부가 추진하는 종책 가운데 하나가 바로 지방교구 통 · 폐합이다.

지방교구종무원은 본종의 핵심 기간조직으로서 매우 중요한 중추행정조직 베이스캠프이다. 그렇지만 본종의 지방교구 행정조직은 너무 산만하고 세분화되어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조직인 광역시 · 도의 행정조직과는 다소 맞지 않는 불균형적인 조직체계이다.

종헌 제17장 종무원법에 의한 종법 제 60조(종무원 설치) ①항에서는, ‘본종 지방교구종무원은 정부의 행정구역에 준하여 1 광역시·도 1교구(1종무원)를 원칙으로 한다’라고 명시돼 있으며, ②항은 ‘총무원장은 필요할 경우, 중앙종회의 동의를 받아 지방교구를 분할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런 ②항의 법조항으로 인해서 지방교구 종무원을 너무 정치적으로 분할해 분구하다보니, 산만한 조직체계가 되어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왔음에도 이를 바로 정부행정조직에 맞게 개선하지 못하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에 편백운 총무원장은 취임하자마자, 이런 기간행정조직의 난맥상을 바로잡기 위해서 지방교구종무원 통·폐합 카드를 들고 나왔다. 편백운 총무원장은 대구경북통합 제2대 종무원장 취임법회에서 “김천시장, 도의회 의장, 국회의원, 도지사 등은 태고종의 존재가치를 알고 앞으로는 태고종 스님들을 존숭해서 잘 대접해 달라.”고 주문했다.

1월 30일 인천교구 신년하례법회 및 사암대표자 총회에서도 능화 종무원장스님의 종무원 운영과 지역사회와의 관계에 대해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 같은 총무원장스님의 발언에는 종무원과 지역사회와의 유대관계를 긴밀하게 해야 한다는 함의가 숨어 있다.

이제 태고종은 지방교구 종무원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와 스킨십을 넓혀가야 한다. 지방 자치단체나 각 사회단체와의 연대와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상당한 종교적 자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지방 자치단체 기관이나 지역사회의 각 단체나 시민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면 이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문제이다.

지금 시대는 누가 알아서 대우해 주는 시대가 아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의 위상을 세우고 권익을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고 추동하는 것이지, 불공이나 재(齋) 지내러 올 것이라고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받는 의식(意識)’을 빨리 벗어나야 한다. 이제는 불교(종단)가 사회와 대중에게 ‘주는 의식(儀式)’으로 전환하고 더불어 공존하는 시민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렇게 하면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권익을 요구하는 종무행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

지역의 종교지도자로서 우뚝 서야 한다는 것이다. 편백운 총무원장의 대 정부 정책적 전략은 바로 이같은 기조에 바탕한 것이다. 따라서 종단의 기간조직인 지방교구종무원도 중앙 총무원과 발 맞춰서 함께 움직여주는 연동성(連動性)을 발휘해 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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