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강의(논문)의 목적은 불교경전어로서의 불전한문(佛典漢文)교육의 전문성과 현대적 응용에 관하여 살펴보고 그 의의와 방안과 개선점을 한번 생각해보는 것이다.
한문교육을 보다 심화시켜 한역경전을 바로 이해하고 터득하여 불타의 교법과 인도에서 흥기한 대승불교철학을 적확하게 인식하고 동아시아 불교에 큰 영향을 미친 중앙아시아에서 실크로드를 통하여 전해진 불교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실크로드와 한역경전

  한역불교경전은 인도의 서북부에서 부터 실크로드를 타고 중앙아시아를 거쳐서 중국에서 한문으로 번역된 경전들이다. 이 경전들은 기원후 1세기부터 12세기까지 지속적으로 역경이 이뤄졌다. 이 경전들이 모여서 결국은 한역대장경의 기초가 되고 나중에 중국이나 기타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제작된 주석서등과 함께 한문판 대장경으로 총 집성된다.

중국 한국 일본에서는 경전의 큰 보배라는 의미에서 대장경이라고 칭하며, 내용은 경(經,Sutra, 수트라), 율(律,Vinaya, 비나야)과 논(論,Abhidharma, 아비다르마)의 삼장을 중심으로 해서 이들의 주석의소(註釋義疏)와 조사어록 등이 포함되어 있는 그야말로 불교의 모든 경율론록(經律論錄)의 총叢) 집대성(集大成)이다. 부파불교 및 대승불교와 밀교의 내용을 전부 망라하고 있다.

중국에서 최초로 한역된 장경은 《42장경(四十二章经)》이다. 이 때 한역된 경전들은 《법해장경(法海藏經,Sutra of Dharmic-Sea Repertory》, 《불본행경(佛本行經, Sutra of the Buddha's Deeds in His Reincarnations》 《십지단결경(十地斷結經, Sutra of Terminating Knots in the Ten Holy Terras)》,《불본생경(佛本生經, Sutra of the Buddha's Reincarnated Manifestations)》,《이백육십리합리(二百六十戒合異, Compilation of the Divergent Versions of the Two Hundred and Sixty Precepts》 등이다. 하지만, 이른바 우리가 아함이라고 알고 있는 한역 경전은 4-5세기에 한역된 것으로 본다.

아가마는 기원전 1세기경 이미 인도의 바이샬리에서 산스크리트어인 아가마(Agama)로 성문화된 것으로 보고 있기도 하지만 확실하지 않다. 믿을 수 있는 기록에 의하면, 《장아함경(長阿含經)》은 후진(後秦) 413년 장안에서 계빈삼장 사문 불타야사(佛陀耶舍)가 구송(口誦)하여 양주 사문 축불념(竺佛念)이 한문으로 번역하고 진 나라 도사 도함(道含)이 필록(筆錄)을 했다. 《중앙함경(中阿含經)》』60권은 부진(苻秦) 384년에 담마난제가 역출(譯出)하고, 동진(東晉) 398년 구담승가제바가 중역(重譯)했으며, 《잡아함경(雜阿含經)》 50권은 남조(南朝) 구나발타라(394-468)가 양도 기원사에서 구술하여 보운전이 한문으로 역하고, 혜관이 필록했다. 별개로 20권 본의 《별역잡아함경(別譯雜阿含經)》은 역자가 실전되었다.

《증일아함경(增壹阿含經)》 51권은 부진 담마난제가 384년에 송출하고,축불념이 한문으로 번역하고 담숭이 필록했다. 동진 398년 구담승가제바가 중역했다. 장부(長部)는 34경인데 장아함경 30경을 법장부에서, 중부(中部)는 152경인데, 중아함경 221경은 설일체유부(説一切有部)에서 상응부相応部는 2872경인데 잡아함경 1362경은 설일체유부에서, 증지부 2198경은 증일아함경 471경으로 대중부계에서 소부(小部) 15경은 잡경이다.

불멸 100년 후에 바이샬리에서 구송으로 제2차 결집을 하였고, 《잡아함경》 《중아함경》《장아함경》 《증일아함경》인 4부 《아함경》을 정식으로 집성(集成)하였다. 그 후 부파불교를 거쳐 기원전 1세기에 문자로 필사되어 완성되었다. 중국에서는 수.당시대에 불교학자들이 대승불교를 종(宗)으로 보고, 소승은 낮게 보아 중요시하지 않아서, 이런 경전들이 고각(高閣)에 천년이 넘는 장구한 세월동안 묶여있었다. 18세기 말, 구미학자들이 《아함경》을 중요시하면서 제창하자 서서히 그 지위를 획득하게 된 것이다.

한역대장경은 동아시아에서 여러 한역본이 있지만, 가장 완벽한 것은 한국의 팔만대장경(Tripiṭaka Koreana)이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모든 대장경 본을 저본으로 해서 판각했기 때문에 그 가치 면에서 높게 평가 되고 있다. 일명 고려대장경(高麗大藏經) 이라고도 한다. 팔만대장경은 고려시대인 1231년에서 1251년 사이에 주조됐다. 81340개의 목판으로 52,382,980자로서 오자가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진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역대장경은 동아시아에서 여러 한역본이 있지만, 가장 완벽한 것은 한국의 팔만대장경(Tripiṭaka Koreana)이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모든 대장경 본을 저본으로 해서 판각했기 때문에 그 가치 면에서 높게 평가 되고 있다. 일명 고려대장경(高麗大藏經) 이라고도 한다. 팔만대장경은 고려시대인 1231년에서 1251년 사이에 주조됐다. 81340개의 목판으로 52,382,980자로서 오자가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진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역대장경은 동아시아에서 여러 한역본이 있지만, 가장 완벽한 것은 한국의 팔만대장경(Tripiṭaka Koreana)이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모든 대장경 본을 저본으로 해서 판각했기 때문에 그 가치 면에서 높게 평가 되고 있다. 일명 고려대장경(高麗大藏經) 이라고도 한다. 그렇지만 학술적으로 가장 활용되고 있는 대장경은 일본의 대정신수대장경(大正新脩大藏經, (Taishō Shinshū Daizōkyō)이다. 팔만대장경은 고려시대인 1231년에서 1251년 사이에 주조됐다. 81340개의 목판으로 52,382,980자로서 오자가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역 대장경을 대정신수대장경을 중심으로 해서 구성 체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아함부(阿含部,Āgama, Early sutra collections), 본연부(本緣部,Jātaka, Birth stories), 반야부(般若部,Prajñapāramitā, Perfection of wisdom), 법화부(法華部,Saddhammapundarikā, Lotus of the true Dhamma), 화엄부(華嚴部,Avataṁsaka, Flower-garland), 보적부(寶積部,Ratnakūṭa, Jewel-peak: collected Mahāyāna sutras), 열반부(涅槃部,Nirvāṇa, The Buddha’s passing away), 대지부(大集部,Mahāsannipāta, The great collection), 경집부(經集部,Sūtrasannipāta, Collected sutras), 밀교부(密教部,Tantra, Esoteric teachings), 율부(律部, Vinaya Monastic discipline), 석경론부(釋經論部,Sūtravyākaraṇa Treatises explaining the sutras), 비담부(毗曇部, Abhidharma Systematic analyses), 중관부류(中觀部類, Madhyamaka Texts of the Middle-way school), 유가부류(瑜伽部類, Yoga Texts of the meditation (Yogācāra) school), 논집부(論集部,Śāstra Treatises), 경소부(經疏部,Sūtravibhāṣa Clarifying the Sutra), 율소부(律疏部,Vinayavibhāṣa Clarifying the Vinaya), 논소부(論疏部,Śāstravibhāṣa, Clarifying the treatises), 제종부(諸宗部,Sarvasamaya, All the sects), 사전부(史傳部,Histories), 사휘부(事彙部,Collected matters), 외교부(外教部,Non-Buddhist teachings), 목록부(目錄部, Catalogues), 고일부(古逸部,Ancient), 의사부(疑似部,Doubtful), 도상부(圖像部) 등이다. 신수대정장경은 1924년과 1934년 사이에 한국 고려대장경을 저본으로 하여 편집 간행되었다. 동아시아 불교학자들은 신수대장경을 학술적으로 가장 많이 참고하고 있다.

이 지상강의 서두에서 불교 경전어에 대해서 소개하고, 한문경전어란 무엇이라는 것을 이미 일별 해봤다. 이제 한문경전어에 의한 한역불교를 정리하여 인식할 순서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역불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실크로드와 한역(漢譯)경전을 고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와 같은 역사를 인식함으로써 경전어로서의 한문의 위상을 인식하는 첩경이다. 동아시아의 불교 전통은 인도보다는 중앙아시아인 실크로드 선상에 있는 나라들로부터 불교가 전해지고 수용된 점을 상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동아시아 불교는 한역을 통한 경론(經論)의 교학불교가 먼저 동아시아에 전달되고 수용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따라서 한역경전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이해하는 것은 동아시아 특히 한국불교를 이해하고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배경이 된다고 본다. 중국어의 문어문(文語文)인 순한문(純漢文)을 확실하게 이해하여 터득하지 않고서는 동아시아 불교의 전통과 맥을 이해하는데 어려운 점이 많다.

실크로드와 한역경전을 논하기 전에 한자한문의 위상을 먼저 이해해야만 한역경전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진다. 특히 한자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한자는 인류역사상 문자체계로서는 가장 오래된 문자로 인식되고 있다. 한자는 기원전 1,500년 중국 상(商=은殷) 나라 때부터 쓰여 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실제로는 몇 세기 전부터 시작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한자가 표준화된 것은 진 나라 때(기원전221–206)이다. 서예도 문방사보(四寶) 또는 사우(四友)라 일컫는 도구를 사용하여 수 천 년을 거쳐 오면서 한자를 더욱 발전시키고 개량하는 역할을 했다. 한자를 이해하는 데는 서체(書體)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서체는 전서(篆書) ・ 예서(隷書) ・ 초서(草書) ・ 행서(行書) ・ 해서(楷書)의 5체(五體)가 있고, 해서의 인쇄체로서는 명조체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전설상의 이야기이지만, 한자는 맨 처음 황제(黃帝)시대 사람인 창힐(倉頡, 기원전 2650년)에 의해서 창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후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발전을 거듭한 끝에 한나라 때에 지금과 같은 해서체인(楷書體)인 번체자(繁體字)로 정형화되고, 허신(許慎 기원후 58–147)이라는 후한시대의 유학자(儒学者・文字学者)가 최고(最古)의 부수별(部首別) 한자자전(字典)인 《설문해자(説文解字)》를 저술하였다. 한자의 사전인 《설문해자(説文解字)》에 의하면 한자육서(六書)라 하여 한자는 대개 여섯 가지의 제자(製字)원리에서 만들어졌다는 체계가 확립됐다.

《설문해자》는 간단한 한자를 설명하고 복잡한 번체자에 대해서 육서(六書)의 원리에 따라 분석을 하고, 의부(意符)의 구실을 하는 글자를 모두 부수(部首) 자(字)로 세우고, 그 부수들을 태극(太極)인 철학적 원리에 따라 배열한, 기원후 2세기의 한나라 때 한어자전(漢語字典)이다.

<설문해자>에는 9천 여자가 실려 있다고 하는데, 갑골문(기원전1000년) 4,500자, 설문해자(기원후 100년) 9,353자, 유편(類編:1066년) 31,319자, 강희자전(1716년) 47,035자, 한어대자전(漢語大字典:1990년) 54,678자, 중화자해(中華字解:1994년) 85,568자 정도라고 한다.

한자는 선사시대에는 도상문자(圖象文字)에서 상형문자(象形文字)로 바뀌고, 3천여 년 전에는 갑골문(甲骨文)과 금문(金文)을 거치면서 필획(筆劃)이 안정되었다고 한다. 지금의 한자는 대개 한나라 때 정형화되고, 발전된 것으로 이해된다. 한자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한자의 특징, 자형(字形), 서체(書體), 자체(字體), 자서(字書) 자음(字音) 자의(字義) 등에 대해서 심도 있게 연구해야하고, 자체(字體)도 조자구조(造字構造) 뿐 아니라 이체자(異體字) 연구도 필수적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한자가 생긴 이후 수 천 년이 경과한 지금 자체(字體)나 자음(字音)은 너무나 많은 변화를 겪었다. <참조: 이치란,「한자문화권과 동아시아 세계」 한자교육국민운동연합 논문현상공모; 우수상, 2008.>

지금 한자는 두 종류가 있다. 이 지상강의에서 다루고자 하는 한자는 정체자(正體字)로서의 한자를 말한다. 불교경전어로서의 한자한문은 바로 전통한자에 의한 한문경전을 일컫기 때문이다. 정체자(正体字,zhèngtǐzì) 또는 번체자(繁體字, fántǐzì)는 전통적으로 써 오던 방식 그대로의 한자 글자를 부르는 말이다(타이완에서는 정체자, 중국 본토에서는 번체자라고 칭함). 전통 한자(傳統漢字)라고도 한다.

대한민국, 중화민국(타이완/대만), 홍콩, 마카오 및 해외의 화교들은 간체자 대신 전통 한자인 정체자를 그대로 사용한다. 한자 문화권의 사람들 사이에서는 전통 한자(傳統漢字)를 여러 가지로 지칭하고 있다. 한국 및 타이완, 홍콩, 마카오 등을 포함한 전통 한자를 선호하는 지역들은 전통 한자가 의미와 형식 모두에서 정통성(正統性)이 있다는 의미에서 ‘정체자’(正體字)라고 부르고 있는 반면, 간략 한자(簡略漢字)를 선호하는 중국 대륙 지역은 전통 한자가 너무 복잡하며, 이제는 간략 한자로 모두 대체되었다는 의미에서 ‘번체자(繁體字)’로 지칭한다.

<강희자전(康熙字典)>에 의하면 한자는 약 4만 7천자 정도라고 한다. <강희자전>은 18~19세기에 만주의 청나라 강희 황제에 의해서 만들어진 표준자전이다. 하지만, 중국어에서 요구되는 한자는 3천~4천자 정도만 알면 의사소통에는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한자문화권인 베트남을 포함한 동아시아권에서 고대 시대로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중국어를 몰라도 당대 지식인들은 문어(文語)로서 한자 4천자만 알면 필담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했던 것이다.    

                    원응스님

               . 논설위원.

              ㆍ몽골 국립대 종교학과 철학박사 취득.

               .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통 · 번역과정 수료.

               . 서울승가불학원 대교과(大敎科) 수료.

               . 전통문화고전연수원 사서삼경(四書三經)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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