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무술년인데, 천간지지에 의한 오행(五行) 상으로 보면 황금개띠의 해가 된다. 역학(易學) 상으로 어떤 문제를 규정지으려는 것은 아니고, 다만 황금개띠의 해답게 우리나라와 불교계, 특히 태고종에 좋은 개의 충실성처럼 신의가 넘치는 그런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올해는 초반부터 우리나라에 국가적인 경사가 있는 해이다. 2월 9일에는 강원 평창에서 열리는 제23회 동계올림픽이 첫 번째로 축포를 터트리는 날이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하계올림픽(1988)과 월드컵축국대회(2002년), 세계 육상선수권 대회(2009년)에 이어서 동계올림픽까지 세계4대 스포츠 제전을 모두 다 열게 된 세계 다섯 번째 나라로 우뚝 솟게 된다. 국가의 위상이 한층 격상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다.

오늘(1월 10일) 원주시 아모르 컨벤션 웨딩홀에서는 아주 의미 있는 행사가 태고종 강원종무원 주관으로 개최되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개최를 기원하는 제17대 강원교구 종무원장 정선스님 취임법회’가 수백 명의 사부중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되었다. 필자는 오늘 이 행사를 참관하면서 감명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식전 행사의 불교예술성이다. 흔히 불교 행사는 너무 형식에 치우치고 경직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인 불교 이벤트인데, 최근에 와서는 이런 포맷(format:구성방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의 메인이벤트는 ‘태고종 강원종무원장 취임법회’였고, 취임법회를 열면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세리머니가 동시에 이뤄졌다. 얼마나 멋진 이벤트인가. 이런 이벤트가 동시에 열릴 수가 있겠는가. 우연의 일치치고는 너무나 아름다운 하모니라고 하겠다.

필자가 방점을 두고 싶은 포인트는, 이제 태고종은 좀 변해야 한다는 데에 있다. ‘태고종하면 사회와 대중과 함께 하는 종단이다.’ 라는 이미지 변화가 필요한데, 이제 서서히 이런 변화의 의지가 태고종의 이곳저곳 교구에서 나타나고 있음을 보게 되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오늘 이벤트에서 눈에 띠게 참석자들에게 시선집중을 받은 것은 식전행사였다. 그것은 다름 아닌 ‘미니 영산재 공연’이었는데, 20여분의 짧은 퍼포먼스였지만, 축제분위기에서 참석자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종교의 역할과 기능은 무엇인가. 그것은 사람들에게 정신적 위안을 주는 것이다. 종교 그 자체의 성성(聖性:거룩한 종교적 품성)도 중요하지만, 사람(중생)들의 마음에 즐거움을 주는 것은 더더욱 의미 있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종교가 심오한 종교철학과 사상적 교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실천수행을 통한 깨달음의 지혜를 얻는 종교적 수행 또한 필수적이지만, 종교예술을 통한 심미안의 감상과 감동을 주는 기능도 매우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한국불교의 취약점은, 우리 불교 스스로가 불교의 우수성을 제대로 평가하지도 못하고 설사 인식한다고 할지라도 효과적으로 홍보하는 데에 매우 약하다는 것이다. 다녀보면, 티베트 불교는 별것 아닌 것도 상품화하고 브랜드화 하는 재능이 뛰어나다고 하는 점이다. 달라이 라마가 관세음보살의 화신이라고 말하면, 우리는 우선 따지기부터 한다. ‘무슨 놈의 화신이냐, 개뿔 같은 소리 하지 마라. 개뿔이 어디 있느냐.’ 물론 맞다. 개에게는 뿔이 없다. 그러면서도 조주선사의 ‘개에게도 불성(佛性)이 있는가?’란 화두공안(話頭公案)을 참구한다. ‘토끼 뿔이니, 판치생모(板齒生毛)니’ 하는 화두를 들고 씨름하는 것이 한국불교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겸손이 필요하다. 서양 사람들이 왜, 티베트의 달라이 라마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티베트의 불화(佛畫)나 예술 음악 등에 매료되는가. 사실, 내가 보면 한국의 고려불화나 영산재 같은 재의식보다 뛰어난 예술성은 아닌 것 같은데, 이들이 매료되는 것을 보면 어딘지 이상하다는 느낌이다. 물론 나의 감상수준도 작용이 되겠지만, 문제는 홍보라고 생각한다. 티베트 불교는 홍보가 잘 되고 있어서 서양인들에게 더 어필되고 있다고 보며, 아무래도 우리는 우리 불교의 홍보에 약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오늘 강원 종무원이 주관한 이 이벤트에서의 식전 행사는 압권이었고, 앞으로 모든 불교행사는 가능하면 이런 축제분위기에서 포맷이 기획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하다못해, 순수한 교리법회나 강좌가 아닌 일반 이벤트성 불교모임은 대중친화적인 행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식전 행사를 얼마만큼 멋있게 잘 치르느냐에 따라서, 메인 행사도 의미 있게 진행되는 것이다.

오늘 강원종무원장님으로 취임하는 정선스님의 취임의 변에서도 언급이 되었듯이, ‘이제 태고종은 시대상황에 맞는 진보적 변화와 새로운 차원의 불교운동이 전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 행사 포맷을 보면서 종무원장으로 취임하는 정선스님의 진보 성향의 불교개혁 사상을 엿볼 수 있어서, 향후 강원종무원은 뭔가 좀 다르다는 것을 예감할 수 있었다. 또한 편백운 태고종 총무원스님은 전임 강원 종무원장으로서 감회가 새로운 듯, 생각해 온 많은 것을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핵심은 강원 종무원장을 역임하고 총무원장으로 직행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강원도라는 지역사회에서 지난 40여 년 간 부단하게 활동해 온 결과라는 것을 은연중 강조했고, 강원도 행정담당자나 정치인들에게 불교를 배려하는 행정과 정치를 해 달라는 주문을 강력하게 전달하는 호소력이었다. 또 태고종은 지역사회나 시민들과 함께 하는 불교로 더욱더 정진하고 노력하겠다는 것을 피력해서 모든 참석자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강원종무원장 취임 법회에는 태고종의 전국 교구에서 대거 참석했고, 지역사회의 지도자들이 동참해서 자리를 빛내고 태고종 종도들은 새로운 태고종의 이미지 창조에 다함께 노력하자고 다짐하는 희망이 보이는 그런 이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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