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회의 전개와 불교의 현대적 포교전략

박수호(중앙승가대 불교사회학부 교수)

 

박수호 교수
 

Ⅰ. 문제제기

인터넷이 대중화 되면서 사이버공간은 인간의 종교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새로운 장으로 부상하였다. 개인들은 자신의 신앙심을 강화하는 새로운 형태의 종교 활동 공간으로 사이버공간을 활용하였고, 종교단체들은 홍보와 교세 확장, 그리고 종교공동체 내부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 인터넷의 기능에 주목하였다. 이러한 현상들을 관찰하면서 브래셔는 현대의 문화적 전환을 주도하는 핵심 동인인 인터넷에 대해 종교가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종교 및 영성의 미래가 변화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Brasher, 2001). 이것은 종교를 둘러싼 외부 환경의 변화가 종교의 변화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이원규는 산업화, 도시화, 전문화, 합리화, 다원화 등 다양한 사회변동이 종교의 교리 및 수행 체계, 조직, 사회적 지위와 역할, 교세와 영향력 등 종교 전반에 걸쳐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정리한 바 있다(이원규, 2001). 따라서 새롭게 조성되는 사회 환경에 대한 종교의 대응과 전망에 대한 예측은 종교사회학적 연구 대상으로 주목할 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박수호, 2005: 4-5).

최근에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촉발된 정보화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 및 심화되는 과정에서 이질적 요소들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사회 구성의 원리가 발현되고 있음을 관찰할 수 있다. 이른바 융합사회의 출현이다. 김문조는 융합사회를 정보사회의 심화형이 아니라 새로운 문명의 등장으로 평가하고 있다(김문조, 2013). 융합적 질서의 발현이 초래하는 결과를 융합사회로 규정할 것인지, 아니면 융합문명으로 정의할 것인지와 무관하게 종교는 융합적 질서에 대한 대응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종교를 둘러싼 환경이 융합적 질서를 기반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논문은 융합사회의 도래라는 사회변동에 대한 종교, 특히 불교의 대응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사회 변동이 종교 전반에 걸친 변화를 추동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변화의 내용은 사회변동의 추세에 대해 종교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변동에 대한 종교의 대응 전략은 기본적으로 저항과 적응이라는 틀에서 살펴볼 수 있다. 저항 전략의 일반적인 예는 종교적 근본주의 혹은 원리주의로의 회귀이다. 이 전략이 종교 공동체 내의 결속을 다지고 종교적 경건성과 전통을 회복하는데 효과적이기는 하지만, 당대의 시대정신과 삶의 방식으로부터 괴리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한계를 내재하고 있다. 따라서 이 논문에서는 포교체계의 관점에서 불교의 발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적응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도래하고 있는 융합사회의 특성을 정보사회와의 연장선에서 살펴볼 것이다. 이어서 포교 체계를 중심으로 융합사회와 불교의 만남에 대해 논의한 후, 융합사회에 대한 불교의 대응 방향과 정보통신기술의 포교론적 활용 방안을 검토할 것이다.

 

Ⅱ. 정보사회를 거쳐 융합사회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지적처럼 인간은 집단생활을 통해 생존을 도모하고, 발전해 온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의 삶과 역사의 발전을 사회의 발전 양상을 통해 설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회의 역사적 발전 양식은 다양한 기준에 의해 정의되어 왔다. 현재를 기점으로 ‘고대사회-중세사회-근대사회-현대사회’로 사회의 발전 단계를 구분하는 것은 상식적인 수준의 논의이고, 학문적 차원에서는 보다 엄밀한 기준을 통해 사회의 발전 단계를 정의한다. 예를 들면, 맑스는 생산양식의 발전을 기준으로 ‘노예제 사회-봉건제 사회-자본주의 사회’ 등으로 사회의 발전을 설명한 바 있고, 경제생활의 토대가 되는 산업의 변화를 기준으로 삼아 ‘수렵채집사회-농경사회-산업사회-정보사회’로 사회의 발전 단계를 설정하기도 한다. 신 중심의 사회(대체로 중세 이전 시기)와 이성 중심주의적 사회(근대 이후의 시기)를 구분하기도 하고, 특정한 시기의 사회문화적 특성을 포착해 위험사회, 불안사회, 네트워크 사회 등 다양한 사회유형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 논문에서 주목하는 것은 정보통신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이다. 이로 인해 초래된 사회 전반의 거대한 변화는 ‘정보화’로 규정되었고, 정보사회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정보사회를 바라보는 이론적 관점에 따라 많은 논란이 이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보사회’라는 개념은 일상 언어의 수준에서 꾸준히 활용되고 있다.

1. 정보사회의 등장과 특성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정치, 사회, 문화, 가치관 및 일상생활의 영역에까지 확산되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변화를 이끌어낸다. 정치․경제․교육․여가 등 제반 사회활동 영역에서의 소통방식의 획기적 변화 및 그에 동반한 인간 의식 및 행동양식상의 변화가 나타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사회 각 영역에서 정보의 중요성이 인식되고, 정보요구가 급증하면서 정보기술의 사용이 확대되고, 그에 따라 의미 있는 정보의 유통이 확장되는 과정을 정보화라고 규정할 수 있다. 즉, 정보화는 단순히 정보통신기기의 도입으로 인한 기술․도구적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정보화는 정보통신기술이 처음 도입된 산업기술 영역에서 시작된 변화가 주변의 사회영역과의 상호작용을 거쳐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복잡한 일련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김문조는 이러한 정보화의 과정을 ‘전산화(computarization)-연계화(networking)-유연화(flexibility)’가 누적적․융합적으로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으로 설명하고 있다(김문조, 1999).

하드웨어의 보급에 의해서 기술적 하부구조가 구축되는 전산화 단계는 단순반복적 노동의 자동화를 통해 근로활동의 효율화라는 기술적 영역의 도구적 목표 달성을 추구하는 과정이며, 정보화의 기반을 형성하는 단계라고 평가할 수 있다.

연계화 단계는 전산기술과 원격통신기술이 결합되어 의사소통망이 사회 전 영역으로 확산되어 가는 상태를 지칭한다. 온라인 체제의 구축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연계화 단계는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개인과 개인, 조직과 조직, 개인과 조직을 연결시킴으로써 사회 전체의 의사소통과 정보의 흐름을 가속화하게 된다. 이 과정 속에서 효율성의 차원을 넘어선 보다 높은 수준의 합리화를 추구하게 되고, 생산영역과 비생산영역을 아우르는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사회적 재구조화가 일어나는 계기가 만들어진다.

유연화 단계에서는 사회구조적 경직성이 완화되고, 인간의 사고방식이나 행위양식 등이 이완됨으로써 산업사회의 특징이었던 여러 차원의 경계들이 약화된다. 그에 따라 특정한 세력 혹은 가치의 지배력이 현저히 줄어들고 사회 각 부문 간의 경계가 흐려지는 다원적이며 개방적인 사회체제가 등장한다. 정보화가 유연화 단계에 이르게 되면 그 영향력은 문화의 영역으로까지 사회적으로 다양한 생활양식(lifestyle)이 등장하고 추구되는 양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정보화가 사회 전반에 다층위적으로 확산되면 사회의 각 영역에서는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여기서는 사회문화적 변화를 중심으로 이러한 변화들을 설명한 선행 연구의 결과를 간략히 소개하고, 변화의 경향성을 정리하고자 한다.

웰만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 개인화된 커뮤니케이션과 이동성의 확장을 가져왔으며, 그로 인해 사람들은 장소로부터 독립적인 존재가 된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컴퓨터 네트워크의 확산은 노동과 공동체 내에서의 집단 연대감에 대한 강조를 약화시키며, 느슨하게 연결되고, 성기게 얽혀 있는 네트워크 사회로의 전환을 초래하며, 인터넷은 가까이 혹은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친척들과 친구들 사이의 접촉을 증가시킴으로써 사람들의 사회적 자본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Wellman, 2001). 반스 역시 지역적 공동체의 기반이 약해지고 핵가족의 분화가 지속되면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친구를 만들기 위해 인터넷을 찾게 되므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터넷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공동체 활동을 하는 중요한 장이 되었다고 주장한다(Barnes, 2002).

와인버거는 인터넷은 동의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인터넷에는 오직 하나만을 주장하는 사고방식이나 행동 방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인터넷의 속성을 분석하고 있다. 또한 인터넷에서는 자기 관심을 개별적으로 표현할 수 있으면 자신만의 개성을 잃지 않기 때문에 군중 속에서 수많은 얼굴들이 저마다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한다(Weinberger, 2003). 살바도르는 PC는 사람들이 동시에 같은 집에 있어도 서로를 고립시킨다고 주장하고(Salvador, 1996; Barnes, 2002에서 재인용), 크라우트 등은 인터넷을 더 많이 사용할수록 집에서 가족 구성원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줄고, 사회적 교제 범위가 좁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Kraut et al., 1998).

또한 카스텔이나 웰만 등은 네트워크 사회에서 경계는 보다 침투성이 높아지고, 상호작용은 중층적인 네트워크 사이를 연계하는 연결점으로서의 다양한 타자들과 이루어지며, 수직적 위계는 수평화 되고 순환적이 된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Castells, 2003; Wellman, 2001).

이러한 논의들을 통해서 정보화는 개인화, 네트워크화, 유연화, 상대화 등의 사회문화적 변화를 초래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종교학 분야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스마트는 현대 사회에서 종교가 처한 환경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현대 사회의 모든 개인은 그들 ‘자신의 것’을 하려는 열망이 강하다고 진단하고 있다(Smart, 2000). 또한 개인화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벡은 현대사회는 각자가 결정할 수 있고, 개인적으로 결정해야만 하는 생애의 비중이 점차 늘어나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벡은 이런 변화 속에서 각자의 생애를 자신의 손으로 결정하는 것이 곧 개인화라고 설명한다(Beck, 1997). 즉, 산업사회의 생활방식으로부터 벗어나 개인들이 자신의 생애를 스스로 창작하고, 상연하며 고쳐가야 하는 새로운 생활방식으로 다시 자리매김하는 것이 개인화라는 것이다(Beck․Giddens․Lash, 1998). 개인화에 대한 벡의 설명과 개인이 장소독립적인 존재가 된다는 웰만의 주장이나 개인의 고립을 주장하는 살바도르와 크라우트 등의 논의, 개성의 유지에 관한 와인버거의 언급과 네트워크 결점으로서의 개인의 속성 등의 논의에 비추어 볼 때, 정보화는 개인의 자율성과 책임이 증대되는 개인화 경향을 드러내고 있음이 분명해진다.

인터넷이 현대사회를 특징짓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우리나라의 세 가구 중 두 가구가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으며, 인터넷 이용자들의 주당 평균 인터넷 이용시간이 약 11시간에 달한다는 사실은 네트워크가 개인의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한국인터넷진흥원, 2004). 이것은 개인의 일상생활이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웰만과 반스, 카스텔 등의 논의를 통해서도 네트워크화 경향에 대한 논거가 풍부하게 제시되고 있다.

사회구조적 경직성의 완화, 가변적 주체와 탈제약적 행위 환경의 등장 등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유연화 경향 역시 네트워크화 경향의 확산 속에서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김문조는 정보화로 인해 나타나는 인간의 사고방식과 행위양식의 변화를 행위주체의 가변성으로 특징짓고, 사이버공간을 통해 구성되는 행위환경을 탈제약성으로 규정한 후, 이로부터 초월성을 구성 원리로 하는 사이버문화가 형성된다고 주장하고 있다(김문조, 2000). 이처럼 초월성의 원리를 따르는 사이버문화는 기존의 사회질서가 구축하고 있던 경계를 벗어난다는 점에서 유연화의 경향성을 드러내고 있다 할 것이다. 카스텔이나 웰만 등의 논의 역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와인버거의 주장에 따르면 인터넷에서는 오직 하나만을 주장하는 사고 및 행동방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인터넷은 절대성을 용인하지 않는 상대성이 지배하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또한 유연화를 절대적 가치체계의 해체로 규정할 경우, 자연스럽게 상대화를 수반하게 된다. 다원적이고 개방적 사회체제를 가능하게 해주는 기본원리는 상대성의 인정에서부터 연원하고 있으며, 이는 절대적 가치체계와는 병립하기 어렵다. 따라서 유연화의 결과가 다원적이고 개방적 체제를 지향하게 된다는 것은 상대화의 경향이 함께 나타나게 됨을 의미한다.

2. 융합사회로의 전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보사회는 개인화, 네트워크화, 유연화, 상대화라는 사회문화적 변화를 수반하는데, 이러한 변화는 모바일 기기와 사물 인터넷, 증강현실 등 디지털기술의 최신 발전과 공진화를 일으키면서 정보사회를 넘어서는 새로운 사회 발전 단계로의 도약을 예측하게 한다. 김문조는 실제로 최근 들어 소통 주체의 다변화, 소통 대상의 확장, 소통영역의 증폭, 소통 수준의 심화 등이 동시적으로 추진되는 소통 혁명의 징후가 포착되고 있으며, 이러한 징후는 향후 인간 사회의 발전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즉, 소통 혁명은 탈분화를 특징으로 하는 융합문명에 기반을 둔 새로운 사회 단계의 도래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김문조, 2013: 20). 바로 이 단계의 사회를 융합적 사회질서에 의해 운영되는 융합사회로 규정할 수 있다.

1) 융합사회의 정의와 출현 배경

중세 시기까지 인류의 역사는 사회구조와 제도, 이를 운영하기 위한 지식과 관념 등의 구분이 명료하지 않은 미분화 상태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근대사회에 이르러서 르네상스와 계몽주의의 산물인 인간 이성에 대한 확신은 사회 전반에 걸친 분화와 전문화를 촉발함으로써 이른바 ‘분화의 시대’를 열게 되었다. 분화된 각각의 사회 영역들이 고유한 내재적 작동 원리를 가지고 독립적으로 발전하는 사회체계를 지향하던 근대사회는 견고한 칸막이에 갇힌 폐쇄체계의 한계에 직면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게 되었다. 때마침 이루어진 정보통신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탈경계(脫境界), 통섭(consilience), 혼융(hybrid), 퓨전(fusion) 등을 내세운 융합 논리에 주목하면서 탈분화를 통해 융합문명이라는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을 도모하고 있다. 이러한 융합문명의 시대는 문명사적 관점에서 볼 때, 과거 사회와 구별되는 고유한 속성을 가질 것으로 여겨진다. 합의, 사실, 논리, 설득, 삶(현실) 등의 문화 구성요소 대신에 이의, 가치, 직관, 교감, 꿈(비전) 등의 요소를 중시하는 연성 문화(soft culture)가 성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하나의 사례이다(김문조, 2013: 15-18).

융합사회라는 개념은 최근 나타나고 있는 미디어 융합의 가속화에 주목한 젠킨스에 의해 소개되었다. 젠킨스는 첨단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미디어들이 공존하는 가운데 콘텐츠가 미디어의 형태에 구속받지 않고 미디어들 사이에서 유동적으로 뒤섞여 전파되는 상황을 ‘미디어 융합’으로 정의하고, 미디어 융합이 생활 세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미래사회의 모습을 융합사회로 정의한 것이다(젠킨스, 2008). 젠킨스가 관찰한 바와 같이 융합사회의 면모는 정보통신기술과 미디어 분야에서 가장 분명하게 가시화되고 있다. 그러나 융합사회의 도래는 이들 분야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결국 융합사회란 정보통신기술과 미디어 영역에서 촉발된 융합 현상이 종국에는 사회의 제반 영역으로 확산됨으로써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탈(脫)제약적 의사소통으로 미시적 인간관계에서 거시적 사회구조, 외적 생활환경에서 내적 의식세계, 실제 현실에서 가상세계에 이르는 사회적 행위 공간 전역에서 복합적으로 전개되는 일련의 이합집산적 현상”을 아우르는 보다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민경배․박수호, 2009: 206).

이러한 융합사회의 도래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을 핵심 기반으로 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융합(digital convergence) 현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든 정보를 ‘0’과 ‘1’로 구성해 낼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의 특성으로 인해 기존의 사회질서 속에서 이질적으로 존재하던 여러 요소들을 모으고, 섞고, 바꾸고, 나누는 수렴, 혼합, 변형, 분화의 과정을 통해서 기존의 것을 재구성하거나 아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발적 현상, 즉 디지털 융합이 가능해졌고, 이것이 융합사회의 토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2) 디지털 융합의 사회적 파장과 융합사회의 특성

디지털 융합의 사회적 파장은 유연화 테제로 요약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문조는 정보통신기술과 미디어 분야에서 발생한 융합사회의 1차적 파장이 사회 제도, 문화, 의식 등 사회 전반에 걸친 2차적 파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제도적 차원의 융합의 대표적 사례는 놀이와 교육이 결합한 ‘에듀테인먼트’의 등장이나 가정과 직장의 경계가 해체되는 재택근무의 확산, 생산자와 소비자의 역할이 일체화되는 프로슈머의 등장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문화적 차원에서는 역사와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팩션물을 비롯해 국적 불문의 퓨전 음식이나 음악, 게임 등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몰리는 것에서 융합 현상의 일단을 포착할 수 있다. 의식적 차원의 융합사회적 현상은 세계화로 인한 다문화 현상의 심화와 함께 세계시민주의적 가치관이 등장하고, 성(性)역할 분리에 대한 의식이 약화되는 현상 등에서 관찰되고 있다(김문조, 2008, 2013: 140-157).

융합사회로의 질적 도약을 위한 전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디지털 융합의 사회적 파장은 결국 전통적인 사회 제도에 기반을 둔 생활양식과 근대사회를 거치면서 형성된 가치체계와 세계관의 동시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아탈리는 지식과 신기술을 공유하고 타인과의 연대를 창출할 수 있는 수평적 네트워크 체제의 구축을 위해 ‘박애’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아탈리, 1999). 복잡성과 상호의존성이 점차 커지는 지구적 자본주의 경제체제 속에서 신뢰, 호혜, 협력이 새로운 생존 가치로 대두한다는 리프킨(2001)의 주장이나 언제 어디서든 전재적(ubiquitous) 접속 능력을 갖춘 채 속도에 민감히 반응하며 변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한 인성을 갖추는 것이 오늘날의 시대적 덕목이 되고 있다는 김문조(2013)의 주장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질적 요소들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사회질서를 기반으로 하는 융합사회는 동질적 요소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응집성 원리보다는 이질적 요소들의 선택적 친화력에 근거한 정합성 원리를 지향하는 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이질적 요소들의 범주에는 사물인터넷 기술로 인해 현실화된 비생물체는 물론이고, 라투어가 언급하는 인간과 사물의 결합인 행위자 연결망도 행위주체로서 포함된다. 따라서 탈경계적 상황에서 다양한 방식의 융합이 가능한 융합사회는 문화적 융합을 핵심과제로 대두될 것이며, 서로 다른 사고와 생활방식들을 조화롭게 결집시키는 조화의 원리가 사회질서의 축을 형성할 것으로 예견된다. 이 과정에서 소통과 협업, 조율 등의 덕목도 이전에 비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김문조, 2013: 292-310).

한편 개방성, 유동성, 혼성성, 호환성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융합사회는 혼돈, 단절, 방치로 나타나는 ‘잉여의 문제’와 불화, 격차, 추방이라는 과제를 생성하는 ‘불균형의 문제’라는 근원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들은 무질서와 불확실성, 차별과 배제 등 융합사회의 혼란과 위기를 초래하는 위험 요소로서 적절한 대응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김문조는 이와 관련해 이질적 문화나 차이를 수용할 수 있는 세계시민주의적 문화와 문화적 깊이와 다양성을 끌어안을 수 있는 융합적 합리성의 발양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김문조, 2013: 247-266). 이질성과 차이, 다양성 등을 포용하기 위한 토대는 소통을 통한 이해와 동조에 의해 구축된다. 따라서 융합적 합리성은 융합사회라는 새로운 시대적 맥락에 부응하는 합리적 소통의 가능성 위에서 정립될 수 있다.

3) 융합사회의 새로운 소통 질서

융합사회는 인간과 미디어의 공진화 과정을 거쳐 새로운 통합적 사회질서를 요구한다. 단선적 진보와 이성중심주의를 핵심 원리로 삼은 근대적 사유는 표준화, 단순화, 획일화로 점철된 근대사회의 폐해를 초래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성과 차이를 강조하는 탈근대적 사유체계의 등장은 이질성에 대한 관용과 수용, 조합성 혹은 구성성을 중심으로 하는 퓨전 문화를 자연스러운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여기게끔 하였다. 융합사회는 바로 이러한 탈근대적 사회․문화 구조에 조응하는 새로운 사회질서, 즉 융합의 논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융합의 논리는 분산되고 상호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 네트워크를 통해 부단히 이동하고, 필요에 따라 약한 연대로 긴밀히 연결된 개인들이 만들어내는 모든 사회적 활동의 토대가 된다.

다양한 구성 요소들의 역동적 상호작용 과정에서 우연적으로 개입하게 되는 조합적이고 구성주의적인 피드백으로 인해 예기치 못한 새로운 결과가 만들어지는 창발성의 원리는 융합 현상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개방과 피드백에 의한 상호침투와 그로 인한 비선형적 인과성이 결합됨으로써 창발성 원리의 기본적 특성이 드러난다.

창발성의 원리와 융합의 논리에 뿌리내리고 있는 탈근대적 주체로서의 개인은 네트워크를 통해 끊임없이 상호 소통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려 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소통적 인간이라고 할 수 있고, 이들은 새로운 사회구성 원리로서의 소통 합리성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고 있다.

융합사회의 소통 합리성은 도구적 합리성으로 인해 초래된 인간 소외 같은 근대적 주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통해 인간적 삶을 온전히 복원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상호성에 입각한 상호 인정과 이해를 추구할 수 있어야 하며, 구체적인 개별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맥락적 요소와 관계의 복합성, 그로 인한 창발적 결과를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융합사회의 소통합리성은 맥락적 고려를 중시한다. 그러나 이것이 단지 다양한 이견의 존재를 인정하는데 그치게 되면 소통 자체에 내재된 근본적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통합과 실천의 전제는 충족시키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융합사회에서는 다원화된 이견들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소통의 필요성이 더욱 요구된다. 소통이 각 주체들 사이의 상호작용이라고 한다면, 의미를 주고받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의미의 교환을 통해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인정을 토대로 서로에게 유익하면서 통합을 저해하지 않는 실천행위를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다.

메시지 교환을 통한 태도와 행동의 변화라는 커뮤니케이션 본래의 의미를 중심으로 소통양식을 검토하게 되면, 소통과정의 내용과 질적 변화에 주목할 수 있다. 이러한 질적 변화에 주목하면, ‘정보적 소통-설득적 소통-맥락적 소통-동조적 소통’이라는 소통의 질적 발전 단계를 구성할 수 있는데, 융합사회에서 소통이 이질적 요소들의 조화로운 결합을 효과적으로 매개하기 위해서는 정보전달을 위한 소통이 아니라 상호 이해와 인정, 동조와 동일시가 가능하도록 심층적이고 질적인 차원의 소통 양식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Ⅲ. 정보화 이후 종교 영역의 변화

정보화 혹은 정보사회와 종교의 관계를 논의하고 있는 주요 선행연구들은 크게 두 부류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사이버공간 자체의 종교성을 탐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종교 조직의 정보통신기술(주로 인터넷) 활용과 그 결과에 대한 검토이다. 대체로 전자는 사이버공간을 기존 종교의 대안으로 부각시키고 있는 반면, 후자는 인터넷 상의 종교활동을 현실공간의 종교가 교육이나 커뮤니케이션, 홍보 등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이버공간 자체의 종교성을 탐구하는 선행연구들은 콥(Cobb, 1998)과 버트하임(Wertheim, 1999), 라모(Ramo, 1997), 베네딕트(Benedikt, 1991) 등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베네딕트는 사이버공간을 종교적 이상향으로 인식하고 있으며(Benedikt, M., 1991: 14-15), 콥은 인터넷은 사람들이 신을 구하는 장소가 될 수 있으며, 인간 세계에서 다시 탄생하려 하는 ‘신의 영역’이라고 주장하였다. 버트하임은 탈육화(脫肉化)되고 속세의 한계를 초월한 영생과 영혼의 삶이 보장되는 사이버공간은 물질과 정신의 공존 하에서 인간과 인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관계적 공동체로서 신화체계 혹은 전통 종교에 의해 은연중에 추구되었던 인간들의 공동체적 결속을 대치하는 일종의 천국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라모는 사이버공간을 새로운 신과 신앙이 배태되어 있는 성스러운 공간으로 정의하였고, 잘레스키는 사이버공간에 의해 창출된 새로운 정신과 육체적 경험은 전통적 종교와 세속주의의 연속선을 뛰어넘는 새로운 영성주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Zaleski, 1997). 도사 마사키(土佐昌樹, 2000)는 지금까지 사회 주변에 위치해 있던 실험적이고 첨단적인 존재가 인터넷으로 인해 자신의 활로를 발견하게 됨에 따라 인터넷이 신종교운동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베네딕트로부터 시작하여 라모, 콥, 버트하임 등으로 이어지는 사이버공간의 종교성에 대한 논의는 사이버공간 자체에 신성성을 부여함으로써 인터넷이 개인의 종교적 심성이나 종교 경험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사이버공간과 종교의 관계를 논의하는 대부분의 연구들은 종교 조직의 인터넷 활용과 그 결과를 검토하는 연구들이다(Collette, 1999; Babin, 2000; Brasher, 2001; Dawson, 2000; Bainbridge, 2000; Horsfall, 2000; 김응철, 2000; 김흡영, 2000; 박문수, 2000; 박수호, 1998, 2000, 2001, 2005, 2006a; Larsen, & Rainie, 2001; Pontifical Council for Social Communications, 2002; Hoover, Clark, & Rainie, 2004; Larsen, 2004).

바뱅은 “21세기 미디어 시대는 세상 사람들의 필요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들의 요구에 응답할 수 있는 종교만이 살아남을 것이며, 상업과 인터넷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이 지배하는 문화 속에서 인간은 더욱더 정치, 기업, 종교, 학교 등의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능력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그러므로 종교가 사람들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면 더 이상 삶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되고 그런 종교는 결국 우리에게서 잊혀질 것이다”라고 주장한다(Babin, 2000: 5). 종교조직의 인터넷 활용에 대해 논의하는 대다수의 연구자들은 바뱅의 주장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으며, 종교조직이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사례들을 검토하고 있다.

브래셔는 『온라인 종교』(Give Me That Online Religion)라는 책에서 사이버공간은 21세기 인간 삶의 지배적 영역의 하나이며, 이를 통해 전통적인 종교적 이상에 대한 도전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브래셔의 논의에 따라 종교 조직의 인터넷 활용의 결과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다양한 종교 정보가 제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종교 조직들은 사이버공간에서 그들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 하며, 그들의 공식적인 역사, 핵심적인 믿음과 의례, 경전, 지부 등 종교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한편 다양한 종교집단들이 사이버공간으로 옮겨가면서 상호 링크를 통하여 그들 사이에 새로운 융합과 협력이 발생하였고, 체인이나 수레바퀴처럼 인터넷을 이용해 기도를 끝없이 이어가는 새로운 종교활동이 고안되었다. 브래셔는 이러한 변화들이 신앙에 대한 기술의 승리라기보다는 종교활동의 장이 새로운 온라인 세상으로 이동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한편 교황청 내에 설치된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주교회의는 인터넷이 사목 현장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인터넷과 교회의 관계를 정립하기 위한 논의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Pontifical Council for Social Communications, 2002). 이 발표에 따르면 인터넷은 복음전도(evangelization), 교리문답과 기타 교육, 새 소식과 정보 전달, 호교학(apologetics), 통치와 행정, 신앙 상담과 영적인 지도 등 교회의 많은 활동과 프로그램에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주교회의는 사이버공간의 가상현실이 성체와 전례식의 체현된 실체 혹은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복음서의 선언, 실제 사람들 사이의 공동체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보완할 수는 있음을 분명히 한다. 또한 인터넷이 가톨릭 신자들의 종교적 삶을 풍성하게 할 수 있고, 타 종교의 신도나 젊은이, 노인과 집에만 있는 사람들, 외지 거주자 등 만나기 어려운 특정 집단과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그러한 선행 연구 결과들을 간단히 요약하면 인터넷은 일반적으로 개인적 차원에서는 개인의 신앙심과 영적인 성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 되고 있고, 종교단체의 차원에서는 홍보 및 교세확장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종교공동체 내부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거나 사회봉사의 방편으로도 사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 사이버교회나 종교동호회 활동 등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개인적 종교 생활의 장이 형성되고 있고, 다양한 종교 체험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대략적인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상의 논의들은 정보사회의 등장과 인터넷을 이용한 종교활동의 확산이 자연스럽게 종교의 변화를 수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보사회와 종교의 관계를 검토하고 있는 선행연구들이 예측 혹은 진단하고 있는 종교의 변화는 대체로 인터넷을 이용한 종교활동이 더욱 보편화 될 것이고, 정보사회에서의 종교는 개인화, 재성화, 분권화, 네트워크화, 다원화, 탈전통화 등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으며,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박수호는 인터넷 종교활동에 대한 실증연구를 통해 이러한 변화들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박수호, 2005).

 

Ⅳ. 융합사회와 불교의 만남: 포교 체계를 중심으로

융합사회는 정보사회에서 나타나는 유연화, 상대화, 네트워크화 등의 사회문화적 경향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정보사회의 출현 과정에서 나타나는 종교적 변화도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불교는 융합사회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이 문제는 여러 관점에서 검토할 수 있겠지만, 이 논문에서는 포교 체계의 관점에서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이 논문은 불교 내부의 교리적 변화보다는 사회적 맥락에서 불교의 변화에 관심을 두기 때문이다. 우선 포교 체계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 융합사회에서의 포교 체계를 개괄적으로 가늠해 볼 것이다. 특히 포교 체계에 관심을 둔 것은 포교 활동이 사회라는 틀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융합사회라는 새로운 사회발전 단계가 도래하면 그에 상응하는 포교 체계의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1. 포교 체계의 의미와 특성

포교는 불교의 모든 수행제도, 사원 안팎의 모든 불교적 행위 및 활동을 포함하며 불교와의 만남을 성취시키는 구체적 행위를 말한다. 보다 엄밀히 말하자면 불자들로 하여금 정법에 눈을 뜨게 하고, 그 길로 들어서게 함으로써 새로운 삶을 성취해 나가도록 이끌어 주는 적극적 행위가 바로 포교이다. 따라서 포교의 요체는 삶의 질과 내용을 스스로 바꾸어 나갈 수 있도록 부처님 가르침에 근거한 새로운 가치관을 정립시켜 주는 것이어야 한다(홍선, 1999: 28-41). 결국 불교의 포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이해시킴으로써 올바로 불교를 믿게 하며, 그 과정을 통해서 구체적인 삶과 사회의 문제를 극복하여 불자다운 삶의 영위를 가능하게 해주는 일련의 과정이다. 즉, 믿음(信)과 이해(解), 실천(行)의 영역이 하나로 융화되어 나타나는 종교성의 총체적 발현인 것이다. 특히 부처님 가르침의 단순한 전달보다는 불자다운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적극적 실천이 핵심을 이루고 있다.

포교는 포교 주체로부터 포교 대상에 이르는 일방적이고 일회적인 행위가 아니라 주체와 대상의 지속적인 쌍방향적 상호작용을 통해 나타나는 결과이다. 따라서 포교를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에 관련된 모든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만 한다. 즉, 포교를 하나의 체계로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포교체계는 포교 주체, 포교 대상, 컨텐츠, 포교 매체, 포교 환경이라는 다섯 가지 요소의 상호 연관성으로 개념화 할 수 있다(<그림 1>).

<그림 > 체계로서의 포교

출처: 박수호(2010b: 79)

 

포교 환경은 불교를 둘러싼 사회적․역사적․문화적 맥락을 의미한다. 성공적인 포교는 대사회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대사회적 기능은 사회가 불교에 요구하는 역할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인식할 때에야 제대로 수행될 수 있으며, 이와 같은 불교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포교 환경으로서의 사회적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 맥락은 특정한 시기별로 불교가 요청받는 역할을 의미하며, 문화적 맥락은 사회 전체의 지배문화 혹은 특정 집단 내부의 하위문화와 불교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

포교 대상은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고유한 특성을 보여주게 된다. 전통적으로 포교 대상을 구분하는 기준은 성과 연령, 직업과 계급 등의 사회경제적 특성을 공유하는 하위집단들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분류 기준은 사회체계가 고도로 분화되고 제각기 고유한 정체성을 가진 하위집단들로 인해 증가된 복잡성 때문에 더 이상 유의미한 기준을 제시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따라서 기존의 분류 기준과 더불어 정체성과 생애주기, 생활양식 등을 함께 고려하는 다차원적 접근이 필요하다. 즉, 각각의 포교 대상이 가지는 사회․경제․정치․문화적 특성을 분명히 하고, 이들이 어떠한 포교 환경 속에 위치해 있는가를 함께 고려해야만 한다.

포교 환경과 대상에 대한 검토를 통해서 각각의 대상에게 가장 필요한 콘텐츠를 전달하는 것이 포교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포교의 요체가 개개인의 삶의 질과 내용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치관의 정립과 제시에 있다면, 일반적인 불교적 가치관과 함께 각각의 포교대상에 고유한 특성을 반영하는 특수한 형태의 불교적 가치관이 정립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콘텐츠 외에도 새롭고 다양한 콘텐츠의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포교 콘텐츠는 교리, 수행, 계율 등 세 가지 하위체계로 구성되어야 한다. 초발심한 불자들이 깨달음의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에서 요구되는 구체적 지침이 바로 포교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포교 콘텐츠의 내용은 포교 대상의 특성과 포교 환경을 고려한 교리․수행․계율의 종합적 구성이 필요하다.

포교를 불교와의 만남을 성취시키는 구체적 행위로 이해한다면, 만남을 매개하는 매체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미디어는 메시지이다”라는 맥루한의 언명처럼 매체는 그것을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의 내용과 형식 등을 규정하는데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각각의 포교 대상에 적합한 컨텐츠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포교 대상에게 친숙하고 컨텐츠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매체를 확보하지 못하면 포교 효과를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다양한 포교 매체에 대한 이해와 활용방안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포교 주체에 대한 고려 역시 포교체계의 구성에서 매우 중요하다. 포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사람과 받아들이는 사람의 상호작용 속에서 일어난다. 따라서 수용자의 입장만을 고려해서는 반쪽짜리 포교 전략에 불과하게 된다. 포교 주체는 개인과 단체로 구분할 수 있다. 개인적 포교 주체는 출가자와 재가자로 구분되며, 종단․사찰․신도단체․불교 NGO는 단체의 성격을 갖는 포교 주체이다. 포교 주체의 경우 전문적 역량 강화와 수급 문제, 새롭게 등장하는 포교 영역의 개척과 담당 인력의 개발 등이 종합적 차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2. 융합사회에서의 포교 체계

포교 체계의 각 하위 요소들이 융합사회라는 새로운 사회 단계에서 어떤 내용들을 담고 있어야 하는가에 대해 조금 더 논의를 이어가 보자.

1) 포교 환경으로서의 융합사회

융합사회는 21세기 초반 이후의 포괄적인 포교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포교 환경의 하위 영역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검토하면 다음과 같다.

사회적 맥락은 융합사회에서 불교에 대해 요구되는 사회적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융합사회의 사회적 특성과 종교의 역할에 대한 고찰을 통해서 도출된다. 이질적 요소들의 창발적인 상호결합에 의해 형성되는 융합사회는 사회의 제반 요소들의 원만한 조화와 조율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회통합의 원리를 필요로 한다.

역사적 맥락은 융합사회의 도래에 부응하는 불교의 역할을 의미하며, 사회적 맥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융합사회라는 역사적 맥락은 현재진행형이자 미래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즉, 융합사회라는 역사발전의 단계에 이제 막 진입하기 시작한 상태이기 때문에 역사적 맥락을 세분화하고 그에 상응하는 불교의 역할을 설정하려는 논의가 현재로서는 크게 필요하지 않다고 여겨진다.

문화적 맥락은 탈분화, 개방성, 혼성성, 유동성 등 융합사회의 문화적 특성이 발현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는데 불교가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가와 관련되어 있다. 즉, 불교의 세계관과 가치 체계가 융합사회의 문화적 특성들이 발현되는데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 융합사회의 포교 대상

융합사회의 포교 대상은 결국 융합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경제적 특성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융합사회의 포교 대상을 구체화 하는 일이 된다. 특히 융합사회가 심화될수록 융합매체 이용은 모든 연령층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고, 현재의 중장년층 및 노년층이 융합매체 이용에서 소외되어 있는 현실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현재 융합매체의 이용을 주도하는 청소년 및 청년층만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하게 되면 융합사회의 세대간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논의는 보다 다양하고 심도 깊은 후속 연구들을 통해서 채워져야 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 논문에서는 이들 논의의 출발점으로서 융합적 정체성에 대해 간략히 언급하고자 한다.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되는 인간의 정체성은 사회구조와 조응하면서 고유한 특징들을 가져왔다. 중세 이전의 전통사회에서는 소속 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집단적 정체성을 특징으로 한다면, 근대사회에서는 객관화된 사회적 역할에 의해 정체성이 규정되었다. 정보사회에 이르러서는 온라인 공간에서 또 다른 자아를 창출하는 주관적 정체성이 등장하게 된다. 융합사회에서의 정체성은 SF 영화에 등장했던 ‘트랜스포머’가 자동차와 로봇이라는 두 개의 정체성이 융합된 존재였던 것처럼, 이질적인 복수의 정체성이 하나의 정체성으로 수렴되어 존재하는 특성을 보일 것으로 예견된다(민경배․박수호, 2009: 215). 이 경우 다중인격과 같은 심리적 장애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심리적 안정과 조화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융합사회에서 포교에 성공하려면 융합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당면하게 될 이러한 정체성의 혼란과 위기를 극복하는데 있어서 불교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3) 융합사회에서의 포교 콘텐츠

기본적으로 포교 콘텐츠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 대상은 바로 콘텐츠에 대한 수요이다. 다시 말해 콘텐츠를 소비할 포교 대상들이 원하는 것, 혹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다. 융합사회에서의 포교 콘텐츠 개발은 크게는 두 가지 차원의 수요를 고려해야 한다. 하나는 융합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개인들의 필요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 경우 정체성의 혼란을 극복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콘텐츠의 개발과 보급이 중점 과제가 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융합사회라는 사회적, 문화적 맥락이 요구하는 사회질서 및 문화 구성의 원리를 뒷받침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불교의 세계관이나 존재론, 가치관 등을 융합사회의 특성에 비추어 재해석하는 작업이 핵심 과제로 대두될 것이다.

최근 불교계 일각에서 문화 포교, 수행 포교, 상담 포교 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융합사회에서의 포교 콘텐츠 개발이라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김응철, 2015; 염중섭, 2014). 다만 이들 논의는 전통적 불교문화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연성화 시킴으로써 불교와 불교문화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한계를 드러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융합사회에서의 포교 콘텐츠는 융합적 사회 질서를 내면화 할 수 있도록 개발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향후 보다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4) 융합사회의 포교 매체

융합사회의 포교 매체와 관련해서 우선적으로 고려할 사항은 디지털 융합이라는 기술적 특성 때문에 매체의 다양성이 확장되어 있다는 점이다. 나아가 새로운 매체의 등장이 언제라도 가능한 개방적 매체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는 점도 동시에 고려되어야 한다. 이러한 포교 매체의 환경적 특성은 자유롭게 이동하고 창발적인 결합이 가능한 포교 콘텐츠의 특성을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 일견하기에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 무질서 속의 질서를 구축하는 것이 융합사회의 포교 매체와 관련된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포교 매체들이 융합적 소통합리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맥락적 소통과 동조적 소통의 가능성을 실현시킬 수 있는 포교 매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소통 창구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5) 융합사회에서의 포교 주체

융합사회에서의 포교 주체와 관련하여 먼저 검토해야 하는 것은 융합적 소통합리성에 근거한 소통역량을 갖추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포교라는 활동의 특성상 포교 주체는 포교 대상과의 소통에 능동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포교 대상의 특성과 포교 콘텐츠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며, 소통 과정에서 상호 인정과 동조를 이끌어낼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체득하고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소통 과정에서 창발적으로 변화하는 소통의 맥락을 짚어내고 포용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유연한 태도를 갖추는 것도 포교 주체로서의 가져야 할 중요한 덕목이 될 것이다.

한편 포교 조직의 소통역량 강화는 포교 대상과 조직 외부의 환경 변화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조직 활동에 반영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으로는 조직 내부의 특성을 학습조직으로 전환하는 것과 조직 외부와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3. 융합사회에 대한 불교의 대응 방향

현대 한국 사회의 종교는 성장 지상주의, 세속적 가치를 중심으로 한 이기적 기복성, 종교인구의 중산층화와 사회적 약자의 소외, 종교간 갈등의 심화, 종교에 대한 불신의 증가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불교계 역시 이러한 문제점을 공유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한국 불교에 내재되어 있는 고유한 문제점들도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우선 구도와 중생제도를 동시에 추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먼저 깨달음을 얻고 뒤에 중생을 제도한다는 ‘선득도(先得道) 후제도(後濟度)’ 인식이 강한 한국 불교의 풍토로 인해 불교가 중생의 삶과 사회 현실에서 괴리되어 있음을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이것은 출가 수행자로서의 정체성이 강한 승려들과 재가신도들 사이의 소통 단절 및 이해 부재라는 결과를 수반한다. 또한 사회 현실의 실상과 변화의 맥락을 온전히 파악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시대적 고통에 대한 현상 파악과 원인 진단, 대안 모색 등의 과제를 수행하는데 장애 요인으로 작동한다. 나아가 현대사회의 위기를 타개하고 다가올 미래의 청사진을 마련하기 위한 불교의 비전 개발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융합사회의 출현이라는 새로운 환경을 맞이하는 불교계의 대응 방향은 어떠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융합사회는 현재에서 미래로 이행하는 과정에 있다. 따라서 융합사회에 적응하면서 불교의 발전을 모색하고자 한다면, 현재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구체적인 대안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보다 면밀하고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앞서 언급했던 여섯 가지의 문제점들이 융합사회의 맥락에서 어떤 쟁점들이 제기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 해결의 지향점과 그에 관련된 포교 체계의 요소들을 언급하는 선에서 논의를 제한할 것이다.

종교단체의 성장 지상주의는 자신이 믿고 있는 종교 혹은 소속된 종교단체라는 동질적 속성을 기반으로 한 집단의식을 강화하고, ‘우리’라는 범주에서 벗어나는 모든 대상들과의 경쟁과 갈등을 촉발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현상의 이면에는 동질적 요소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응집성의 원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융합사회의 특성과는 상충한다. 따라서 융합사회에서 성장 지상주의적 입장을 고수할 경우, 오히려 쇠퇴의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세속적 가치를 중심으로 한 이기적 기복성의 문제는 결국 이기적 인간과 그로 인한 인간 소외 현상을 초래하게 된다. 김문조는 융합사회의 인간형으로 대가나 보수를 전제로 하지 않는 적극적 호혜성을 담지한 ‘증여적 인간형’을 제시한다(김문조, 2013: 312-313). 적극적 호혜성은 공리주의적 조건에 부합하는 이타적 호혜성을 넘어서는 호혜성이다. 즉, 융합사회에서 요구되는 호혜성이란 개인의 행복을 충족하기 위해서 사회의 행복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결국은 이기심에 근원을 두고 있는 공리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종교가 이기적 기복활동에 매몰되어 있을수록 융합사회에서 요구하는 인간형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다.

종교인구의 중산층화와 사회적 약자의 소외 현상은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심화와 차별 및 배제의 사회구조로 귀결된다. 이것은 최근에 회자되는 ‘1:99’의 사회처럼 소수 특권계층의 폐쇄적 기득권을 강화함으로써 다양한 삶의 방식이 공존하는 개방적 사회로서의 특성을 갖는 융합사회의 모습과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이 현상의 지속화는 사회문화적 통합의 토대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종교의 근본적 역할과도 배치된다.

종교간 갈등의 심화는 그 자체로서 이미 이질적 문화 요소들이 공존할 수 있는 터전을 허무는 것이라는 점에서 융합사회의 특성과 맞지 않다. 자기 종교에 대한 절대적 신념에서 출발하는데 종교간 갈등은 이질적 요소들의 공존과 결합을 위해 요구되는 상대주의적 태도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합의된 결과에 동조하는 융합적 소통합리성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종교에 대한 불신의 증가는 이질적 요소들의 결합과 협력을 수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전제 조건인 신뢰의 기반을 허문다는 점에서 융합사회의 특성과 괴리되어 있고, 중생의 삶과 사회 현실에서 유리된 불교의 현실은 다양한 사회문화적 요소들의 융합과 공진화라는 융합사회의 사회질서와 부합하지 않는다. 이상의 논의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의 종교 및 불교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은 융합사회의 특성과 합치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융합사회라는 새로운 사회발전의 단계에서 종교와 불교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 과제들을 반드시 해결해야만 한다.

문제 해결을 위한 지향점을 포교 체계의 관점에서 간략히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한국의 종교 및 불교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은 기본적으로 포교 주체의 비판적 성찰과 자기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종교의 역할과 수행 방법에 대한 진지한 자기반성을 통해서 참다운 종교의 모습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그것을 구현하는 것에서부터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포교 콘텐츠의 경우 융합사회에서 강조되는 특성들과 주요 덕목들(예를 들어, 개방성, 다양성, 호혜, 협력, 공존 등)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교리적 재해석과 수행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 융합사회의 포교 환경에 부합하는 제도 개선 방안을 강구하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과제이며, 이 과정에서 포교 매체를 효율적으로 구축하고 활용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는 것도 긴요할 것이다.

 

Ⅴ. 정보통신기술의 포교적 활용 전략

1. 불교 정보의 집적과 유통 수단

사이버공간을 통한 불교정보의 집적과 유통은 포교체계 상의 콘텐츠와 직접적 연관성을 맺고 있다. 즉, 포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생산, 유통할 것인가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는 것이다.

사이버공간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수용되는 초기 단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부각된 점은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라는 사실이었다. 실제로 인터넷은 정보의 교류와 분산 저장이라는 군사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개발되었고, 이미 천문학적인 양의 지식과 정보가 저장․유통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네티즌 스스로가 정보의 생산자이자 동시에 소비자인 프로슈머로서의 자격을 획득했고,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네트워크에서 정보는 무한복제 및 재생산의 과정을 거쳐 집단지성의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불교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대학 및 공공도서관, 불교 관련 각종 포털 사이트, 불교계의 각종 단체나 사찰, 불자 개개인이 저마다 불교에 대한 정보들을 사이버공간에서 집적 및 유통시키고 있다. 고려대장경, 한글대장경, 한국불교전서, 대정신수대장경, 빠알리대장경, 속장경 등 다양한 판본의 대장경들이 이미 전산화되어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되고 있음은 단적인 예이다. 이외에도 교리와 수행 등에 관련된 다양한 멀티미디어 자료들이 무궁무진하다.

사이버공간이 방대한 양의 불교 정보를 축적하고 유통시키는 통로가 되고 있음은 불자 네티즌들의 사이버공간 이용 실태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불자 네티즌들은 불교 사이트를 ‘정보의 공급처’로 인식하고 있으며, 불교 정보를 얻고 교리 학습을 위해 불교 사이트에 가입하고, 실제로 불교 정보의 획득을 불교 사이트에서의 주된 활동으로 삼고 있다. 불교 사이트에 대한 인식과 가입동기, 이용 행태 등에서 사이버공간이 불교정보의 전달 공간이라는 점이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불교정보의 생산과 관련하여 생산자, 콘텐츠의 질, 정보 관리 등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우선 불교정보의 생산자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사이버공간에서의 정보 생산은 교수나 연구원 등 전통적인 지식 및 정보의 생산자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독특성 고유성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더욱 강조되면서 다양한 UCC 자료들이 양산되는 등 정보생산자의 지위가 더욱 개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정보의 생산은 여전히 전통적인 지식정보 생산자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전반적인 추세이다. 물론 ‘여법’한 정보여야 한다는 교학적 엄밀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일반 불자들의 정보생산에 일정한 한계가 있음은 인정한다. 그러나 불자들의 근기가 다양하듯이 불교정보의 수준도 다양화될 필요가 있다. 애초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설하신 대기설법이라는 원리에 비추어 보아도 다양한 수준의 불교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리나 수행에 대한 이념형적 전형이 타파되어야 할 것이다.

콘텐츠의 질과 관련한 문제 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천편일률적인 정보의 범람이다. 이 현상은 정보의 무조건적인 복제, 콘텐츠 기획력의 부재 등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대부분의 사찰이나 불교 사이트에 게재된 콘텐츠는 사찰이나 단체의 소개를 제외할 경우 대동소이하다. 특히 경전과 관련된 콘텐츠는 차별화된 사이트를 찾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이것은 불교 사이트에서 제공되는 콘텐츠들이 경전과 같은 1차 자료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이기도 하다. 따라서 새롭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기획해서 생산하는데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이를 담당하기 위한 인적 자원의 양성이나 능력개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보 관리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하나는 기존에 축적된 정보의 오류를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속적인 업데이트의 문제이다. 불교정보의 입력 오류는 기본적으로 무조건적인 복제를 지양하고, 기획된 콘텐츠의 생산으로 어느 정도 바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부분은 불교에 대한 왜곡이나 비방 정보들이 생산되고 유통된다는 점이다. 최근 네티즌들의 자발적 참여로 구축되고 있는 다양한 정보들로 인해 불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생산되고 유통되는 왜곡된 불교정보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앞으로 불교정보 관리의 핵심과제로 등장할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사단에서 불교바른정보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종단과 불교학계의 공동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지속적 업데이트는 사이트 운영의 기본 원칙이라는 점만 강조하고자 한다.

이상의 논의들을 고려해 구축 및 유통되는 불교정보는 다른 종교와의 차별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불교의 존재가치를 확장시키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2. 의사소통구조의 구축

사이버공간을 미디어로 활용함으로써 의사소통구조를 구축하는 것은 포교매체라는 체계 요소와 직접적으로 관련된다.

대부분의 경전은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라는 구절로 시작된다. 부처님의 법문을 직접 들었던 비구들이 자신이 언제 어디서 어떤 내용의 법문을 들었는지를 암송하고, 대중들에 의해 그 내용을 인정받아 경으로 엮는 과정이 시작되는 바로 그 첫 마디가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라는 구절이다. 이것을 미디어의 관점에서 보면 불교의 포교가 처음에는 언어라는 미디어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결집 이후 문자 미디어에 의한 포교의 시대가 열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미디어의 근본 기능은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 있다. 이 과정에서 미디어는 다양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우선 미디어는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사회의 여러 정보들을 전달함으로써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내려질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단순한 정보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보가 가지는 사회구조적 의미를 함께 부여함으로써 여론을 조성하고 선도하는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미디어가 전달하는 정보는 단순히 사건이나 뉴스만이 아니다. 각 사회가 축적해 놓은 지식과 문화도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중요한 정보이며, 이들의 전달을 통해 그 사회는 정체성을 확립하고 사회적 통합을 이루어갈 수 있다(이정춘, 2003).

사이버공간은 현실 공간에서는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회적 약자들이 기존 매체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메시지를 전달하고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디어로서의 속성을 갖는다. 홈페이지는 물론이고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블로그는 1인 미디어이면서 동시에 RSS나 트랙백 등의 기능을 통해 유사한 관심사를 갖는 사람들과의 네트워크 형성이 가능함으로써 대안매체로서의 가능성과 역할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다. 또한 기존의 매체들이 일방향적인데 비해 사이버공간은 쌍방향적 미디어라는 점에서 미디어로서의 활용성과 효과가 높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사이버공간이 미디어로서 갖는 속성에 주목을 할 경우, 불교는 신도와 사찰, 종단, 사회를 잇는 중층적이고 총체적인 의사소통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이버공간이 다양한 메시지가 서로 소통되는 공간이고,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한 의사소통구조의 구축은 실현가능성이 높은 매우 현실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구축된 의사소통망이 단순히 불교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일방향적 매체로 전락하는 것은 경계를 해야 한다. 의사소통망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층위의 구성원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특정 사안에 대한 불교적 해석이나 불교의 입장을 밝힘으로써 부처님 가르침에 입각한 여론을 조성하고 불교의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해가는 것이 필요하다.

사이버공간을 포교매체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결과는 매우 다양하다. 우선 국내외를 망라한 대사회적 메시지의 전달을 통해 사회적 영향력을 유지하거나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포교대상과 포교주체 사이의 상호작용은 정체성 형성 및 유대감 강화를 통해 조직역량을 극대화하는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아울러 쌍방향적이고 수평적인 의사소통 과정에서 사부대중의 균형 성장을 도모할 수도 있다면 더욱 바람직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3. 불자공동체의 건설과 내실화 도구

네트워크로서의 사이버공간은 불자공동체의 건설과 내실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포교주체와 포교대상이라는 체계 요소와 관련되어 있다.

사이버공간의 본질적 속성은 컴퓨터 네트워크와 이를 이용하는 네티즌들의 네트워크이다. 시공간적 제약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적 조건을 초월하여 구성되는 이 네트워크는 사이버공동체의 모습으로 구체화된다. 사이버공동체는 자발적 참여와 평등의 원리를 기본 규범으로 하는 정보사회의 대표적 공동체 유형으로 관심의 공유에 기반을 두고 있다.

불교는 이상적 공동체의 전형으로 승가공동체를 제시하고, 승가공동체를 통해 이상사회의 구현을 추구하며, 출가와 재가 사이의 쌍무적 관계 속에서 사부대중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매우 공동체성이 강조되는 종교이다.

이처럼 공동체를 강조하는 불교에 있어서 사이버공간의 네트워크적 속성은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된다.

사이버공간이 시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고 무한 확장될 수 있는 네트워크라는 점에서 시공간적 한계에 구속되는 현실공간의 불교적 관계망을 퍼다 넓게 확장시킬 수 있다. 실제로 사이버공동체의 구성원들 중에는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하지 않으면 실제로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과 사귈 수 있게 되었다는 경우가 많다. 또한 비대면적이기는 하지만 이메일이나 게시판, 미니홈피, 블로그 등을 통해 정기적이고도 빈번한 상호교류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사회적 유대감은 매우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현실에서는 사회적 지위나 경제력, 명예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사회적 관계가 왜곡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지만, 사이버공간은 탈맥락적이고 익명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적 관계를 구축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빈번한 상호 교류가 자유롭고 평등한 관계 속에서 유지되는 공동체는 이상적 공동체가 될 수밖에 없다. 사이버공간에 건설해야 할 불자들의 공동체는 바로 그러한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불자공동체의 내실화를 추구하는 구체적 실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공동체의 내실화는 의사소통, 의사결정, 갈등관리의 차원으로 구분해 살펴볼 수 있다. 우선 의사소통의 차원에서는 공동체 구성원이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 이 창구를 통해 다양한 의견이 쌍방향적으로 교류되고, 합리적인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는 적절한 관리 시스템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의사결정의 차원에서는 불자공동체 내의 쟁점으로 부각되는 사안에 대한 정보들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구성원들의 자유롭고 평등한 참여를 통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내려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그러한 의사결정이 실제로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보장도 이루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갈등관리의 차원에서는 ‘조화, 책임, 공유, 신뢰를 통해 함께 번영하자’는 불교적 사이버윤리의 원칙을 구현하는 자율적인 규범의 형성과 실천이 요구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출가자와 재가자의 역할과 위상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선불교적인 전통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한국불교의 경우 사찰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에 몇 가지 장애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깨달음을 위해 용맹정진하는 출가 수행자에게 인터넷이 필요하지 않다는 인식, 사찰에서의 전통적 생활시간과 일반 재가인들의 생활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시간적 분리 등이 출가자의 사이버공간 이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불교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대부분의 불자들은 재가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이버공간에서 재가자의 위상은 현실공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져 있다. 따라서 현실공간에서의 출가자와 재가자 역할 및 위상을 사이버공간에 그대로 관철시킬 경우 사이버공간을 통한 불교 대중화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불자공동체의 건설과 내실화는 불교의 조직역량을 강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출가자와 재가자의 역할 및 위상 조정의 결과에 따라서 사부대중의 균형 성장이라는 포교전략을 실현하는 계기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4. 종합적 신행 공간 구축의 토대

사이버공간에 구축되는 종합적인 신행 공간은 포교환경이라는 체계 요소와 높은 관련이 있다. 사이버공간은 그 자체로 새로운 포교환경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이버공간은 대부분의 일상생활이 영위되는 생활세계로 변모한 지 오래이다. 물건을 사고 팔고, 사람을 만나고, 직장 업무를 수행하고, 오락과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진화되면서 사이버공간은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다. 이것은 불교의 대중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사이버공간이 종합적인 신행 공간으로 구축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사실 사이버공간은 이미 그런 종합적 신행공간의 모습을 갖추어가고 있다. 교리나 수행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얻고, 도반들과의 공동체 생활을 경험하고, 사찰이나 종단과 관련한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여론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멀티미디어 자료들을 통해서 법회나 여러 의례들을 체험하기도 한다. 108월드나 사이버불교대학 같이 예불을 하고 교리교육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중단 없는 신행생활’을 실현할 수 있도록 사이버예불과 사찰 참배를 가능하게 하는 사이버 기도도량인 108월드는 시공간의 제약 없이 예불을 할 수 있고, 자기만의 법당을 장엄할 수 있으며, 불자들과의 신행공동체를 꾸려나갈 수 있는 서비스들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종합적 신행공간의 출발점이 되는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종합적 신행 공간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균형성의 유지와 정보 접근성의 확보이다.

현재 사이버공간에서 나타나는 종교활동은 교리학습과 공동체 활동의 비중이 높은 반면, 수행과 관련된 정보나 활동의 비중은 낮은 편이다. 기본적으로 수행을 통한 깨달음의 증득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불교는 지극히 실천적인 종교이다. 따라서 사이버공간에서 수행과 관련된 종교활동이 교리나 공동체 부분과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여법한 신행공간으로서의 위상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행 관련 콘텐츠의 기획과 생산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사찰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필요로 하는 이에게는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이다. 정보 접근성은 사이버공간에 구축되는 신행공간이 현실공간의 사찰처럼 열려 있는 공간이 되게끔 해야 함을 의미한다. 경제적․기술적․사회적 이유로 인해 접근이 차단되어서는 안 되고, 장애우나 노인 등 정보취약계층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야 할 것이다.

결국 사이버공간에 구축된 신행공간은 사이버공간에서 불교가 존재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존재가치의 확장이라는 포교전략을 실천하는 중요한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5. 종교적 욕구 파악을 위한 레이더

2010년대 이후 심화된 불교인구의 감소 현상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포교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 불교신자와 불교를 접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욕구 파악이 안 되어 있다는 점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불교인구의 감소 현상은 불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불교로 유입되지 않거나 기존의 불교신자가 불교로부터 이탈하는 현상의 직접적 결과이다. 따라서 포교 대상의 유입과 존속이 대안의 첫 번째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포교 대상들이 어떤 종교적, 개인적 욕구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인구학적/사회학적 특성들을 드러내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즉, 포교 대상에 대한 심층적 이해가 필요하다. 이를 토대로 포교 대상에게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안들을 강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이와 관련해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례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T Times’라는 인터넷 매체에 소개된 ‘Inkitt’라는 미국 출판사의 사례는 포교대상의 종교적 욕구를 파악하는 레이더로서 정보통신기술의 유용성을 시사하고 있다. 2016년 설립된 이 출판사는 지금까지 출판한 24권의 책 중에서 22권을 대형 온라인 서점 아마존의 베스트셀러에 진입시켰는데, 그 원인이 독자들의 반응을 예측하여 출판 여부를 결정짓는 인공지능의 도입에 있다는 것이다. 즉, 이 회사의 플랫폼에 등록된 15만 여 편의 이야기들에 대한 독자들의 평가와 열독률, 몰입도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출판할 책을 선정하고, 독자들의 반응을 저자에게 전달해 책의 완성도를 높인 것이 베스트셀러 진입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김지현, 2017).

굳이 인공지능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포교대상들의 다양한 의견과 동향을 온라인을 통해 꾸준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이들이 불교계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Ⅵ. 맺음말

이 글에서는 정보사회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불교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나타나는 정보사회의 전개 과정을 전반적으로 개관하였다. 특히 최근 들어 나타나고 있는 사회변화를 융합사회라는 개념으로 포착하여 그 특성을 이해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사회의 전개에 부응하기 위한 불교의 대응방안을 포교체계의 관점에서 고찰하였다. 우선 포교체계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 융합사회의 특성을 반영한 포교체계의 내용들을 검토하였다. 그런 연후에 정보통신기술을 효과적인 포교의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본 방향을 고찰하였다.

여기에서는 앞서 논의한 내용을 요약 정리하는 일반적인 마무리 방식을 피하는 대신, 지난 20여 년 동안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대한 불교계의 대응을 지켜 본 소회를 간략히 밝히는 것으로 이 논문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불교계는 PC통신 동호회를 통해 처음 정보사회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새로운 기술에 대한 호기심과 포교 가능성을 내다 본 선구자적인 일부 스님 및 불자들의 헌신이 그러한 인연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발표자는 이 새로운 현상의 출발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며 불자로서, 그리고 연구자로서의 인연을 함께 해 왔다. 그동안 온라인을 무대로 활동하는 불자로서 환희심을 내게 하는 사이트가 만들어지고, 사리지는 과정들을 볼 수 있었다. 연구자로서도 꾸준히 관련된 논문들을 발표하였고, 불교학계의 몇몇 연구자들이 의미 있는 연구 성과들을 내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늘 아쉬움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거시적인 사회변동을 대하는 불교계의 태도에서 기인한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PC통신에서 인터넷으로의 이동이 활발히 일어나면서 온라인 불교 활동가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으면서 온라인 포교의 동력을 찾고자 하였다. 일부 개인들의 원력으로 성사될 수 있는 불사가 아니었지만, 불교계의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주요 종단이나 사찰들은 여기에 무관심했다. 승가 내부에서는 정보통신기술이 수행에 장애가 되므로 필요 없다는 인식도 적지 않게 확산되어 있었고,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으로 모든 것을 다 했다는 안일한 대응도 만연해 있었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금언이 있다. 정보사회에 대응하는 첫 단추는 정보통신기술이 갖는 기술적 특성과 사회문화적 효과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두 번째 단추는 불교계가 갖고 있는 유․무형의 자산들을 정확히 평가하고 정보사회의 전개 과정과 부합하는 것을 선별해 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불교계는 첫 번째 단추는 물론이고, 두 번째 단추까지도 제대로 채우지 못했다. 이제라도 이 부분을 바로잡아야 한다. 정보통신기술과 현재 불교계의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토대로 도출한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불교계의 자원을 효과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세 번째 단추는 사람에 대한 투자이다. 그동안 포교에 대한 원력으로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활동을 해 왔던 많은 불자들이 지쳐 스러지는 것을 여러 차례 보았다. 전문가는 오랜 교육과 경험 속에서 얻어지는 결과물이다. 정보통신기술 분야의 변화 속도는 다른 분야에 비해 현저히 빠르기 때문에 지속적인 재교육이 필수적이고, 다양한 경험을 안정적으로 축적할 수 있는 토대가 갖춰져야 비로소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에 더해 불교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신심을 구비해야 한다는 제약이 더해져 있다. 단순한 정보통신 전문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불교계 어디에서도 그런 기반이 마련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포교는 결국 사람의 일이다. 마음을 전하는 일이고, 마음을 얻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포교에 대한 의지이다. 정보사회의 전개 과정에 부응하는 포교에 대한 의지와 이를 실천하기 위한 노력이 우선되어야 다양한 포교전략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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