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봉정사 전경(상)과 대웅전 삼존불

사찰탐방 / 
관음·신중·다라니기도도량 신어산 영봉정사

신령스런 물고기가
산다는 山 신어산 
마산, 창원에서 부산으로 고속도로를 한참 달리다 보면 김해시의 동북 방향으로 상동면과 경계면을 막고 서있는 검푸른 색감을 띈 산이 눈에 들어온다. 신령스러운 물고기가 산다는 산 신어산(神魚山·해발 630.4m)! 
먼 옛날 김해평야가 온통 바다였을 때 고기모양으로 떠있었다 하여 신어산으로 불리우게 되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이 산은 암릉과 억새풀밭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이 산에는 영봉정사를 비롯해서 은하사, 동림사, 천불사, 해경사와 같은 이 지역의 유수한 절들이 많이 자리잡고 있어 불산(佛山)으로서의 몫 또한 톡톡히 하고 있는 김해의 진산이다. 
또 김해에서 종교적이면서도 토속적인 느낌이 연상되는 산을 하나 들라면 먼저 이 신어산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시조왕(始祖王)의 탄강설(誕絳說)이 전해오는 구지봉(龜旨峯)이 위치적으로는 분성(盆城)과 맥(脈)을 같이 하고 있지만 정신적인 맥은 오히려 신어산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더욱 신비스럽게 다가오는 산이다. 
신어산은 또한 피안(彼岸)의 산이다. 산세가 그렇고, 거기에 있는 절 이름이 그렇고, 암자 언저리에 고여 있는 전설 또한 그렇다. 심지어는 거기에서 자라고 있는 초목은 물론 바위마다에서도 그러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신어산 으뜸 봉우리에 영험스러운 거북이가 살고 있다는 전설은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구지봉(龜旨峯)과 연결하여 토속신앙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것 또한 이 산이 주는 흥미로움이다.
뿐만 아니라 신어산은 만어산, 무척산과 함께 불교의 남방 전래설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산이기도 하다. 
영봉정사는 이처럼 영산으로 알려진 신어산이 서쪽 사면으로 산세를 열어 김해의 신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자리하고 앉아 가락국의 옛 불교영화의 흔적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다.

생활불교를 포교 지표로
영봉정사 근처에는 소나무가 많다. 이곳 솔들은 기품부터 다르다. 불그레한 몸색이 다르고 몸피가 다른 것이 특이하다. 산의 정기를 늘 머금고 살아서인지 그 옛날 가락국의 불교번영을 생각하고 또 언젠가는 그 번영이 재현되기를 희망하는 듯 찬란한 색을 그렇게 머금고 있다.
영봉정사는 300여 평 남짓한 아담한 규모를 가지고 있어 차라리 경내를 두지 않은 듯 자연과 하나가된 도시 속의 사찰이다. 생활불교를 포교의 지표로 삼고 창건된 영봉정사는 비록 10년이라는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주위의 깊은 골짜기와 뒷산 신어산의 큰 바위들이 병풍처럼 외호하고 있어 아늑한 분위기를 더욱 자아내게 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영봉정사의 진경은 대웅전 앞마당에서 김해 신시가지를 내려다보는 일. 안개가 끼인 날이면 마치 구름바다 위를 영봉정사호라는 배를 타고 둥둥 떠다니고 있는 듯한 기분에 빠져들곤 한다. 
영봉정사가 있는 이곳 지내동(池內洞)은 마을 앞에 연못이 있다하여 지내(池內) 또는 못안 마을이라 불리고 있는데, 그 못은 1998년에 매립되어 지금은 빈 공지로 변해있다. 매립되기 전 못 안쪽 마을에 당산이 있었는데, 이를 옮긴 후부터 마을에 숱한 우환과 사고가 빈발하자 영봉정사 주지이신 도성스님이 직접 서당재를 집전하며 동네의 평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봉정사는 특히 관음기도, 신중기도, 다라니기도도량으로 널리 알려져 있어 천도재와 각종 의식행사를 위해 절을 찾는 불자들이 많은 도량이다. 지난 몇 년간은 법당에서 주지스님과 총무스님 등 두분 스님과 불자들의 천일기도 소리가 끊이지 않았으며 최근에는 천일기도 회향과 함께 청동으로 조성된 삼존불을 모시고 내부 법당을 닷집과 함께 장엄하게 구성해 놓았다. 대웅전, 산신각, 종각 등 여기저기 불사의 흔적들이 스님과 신도들의 신심을 가늠케 해주고 있다. 

소외된 이웃에 더 가까이 있는 도량
김해의 진산 신어산과 도심속의 사찰 영봉정사를 일으킨 주지 도성스님은 포교활동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대중 속의 보살핌을 실천하고 있는 분으로도 유명하다. 
1998년 산문을 연 이후 줄곧 중생제도와 포교에 관심을 기울이며 이웃과 중생을 위해 기도하고 불사에 임해왔다. 부처님의 제자로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정신자세로 수행에 열중해온 스님은 마을의 당산제를 집전하여 생긴 수익금은 전액 수재의연금과 불우이웃돕기 성금 등으로 기탁하는 등 보리심을 발휘하고 있다. 혼탁한 사바세계에서 불국토를 이루어낼 수행자가 많지 않음을 언제나 아쉬워하는 도성스님은 영봉정사 가람 중흥과 더불어 노인봉양, 소년소녀가장을 위한 사회복지사업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피안의 세계는 바로 사바의 행복세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일이 불제자가 할 일’이라며 ‘오직 부처님의 법으로 행한다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없다’고 강조한다. 
최근에는 사찰홈페이지를 개통하여 총무스님인 정암스님과 함께 시대의 흐름에 맞게 사이버 포교 또한 병행하고 있다. 가진 것 모두 중생에게 퍼주고 ‘가진 것이 없어야 진정한 수행자’라는 도성스님의 말 한마디에 영봉정사의 겨울은 더없이 따뜻하다. 속세를 깨우치는 도성주지스님과 정암총무스님의 기도원력이 영봉정사 대웅전 처마 풍경소리와 함께 저 멀리 낙동강과 신어산 정상으로 울려 퍼지기를 우리모두의 인연공덕으로 발원해본다. 

주변 볼거리 
영봉정사를 품고있는 신어산은 산아래 김해시를 품안에 끌어안은 듯 앉아서 넓은 김해평야를 내려다보고 있으며, 부산시와 을숙도가 있는 낙동강 하구와 바다를 조망하고 있다. 서남으로 진해 창원 마산 등 세 도시가 가까이 있지만, 대암산 불모산 등 제법 높은 산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북쪽은 첩첩산이다. 산세는 둥글게 퍼져 있지만 주능선은 동서로 길게 뻗쳐 있고, 최근 중국 민항기가 추락한 돛대산이 신어산 바로 남쪽에 이어져 있다. 고찰 은하사와 동림사가 자리잡고 있으며 우리종단 사찰인 기도도량 천불사와 해경사도 가까이 있다. 특히 은하사는 영화 ‘달마야 놀자’의 촬영장으로 이름난 큰절이다. 은하사 위의 바위벼랑 사이에 옛날부터 유명한 영구암이 있다. 맑은 날에는 영구암에서 현해탄 건너 대마도가 보인다고도 한다. 이밖에 김수로왕릉, 장척계곡, 김해 천문대 등이 있다. 

☞ 찾아가는 길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부산, 마산, 창원 방면에서는 남해고속도로나 대진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지수를 거쳐 남해고속도로 동김해IC에서 빠져 나오면 영봉정사가 보인다. 

한국불교태고종 
신어산 영봉정사
경남 김해시 지내동 504번지
☎ 055-322-8595 
주지 : 영담 도성스님 
총무 : 정암스님 

장호정 경남주재기자(자료제공:김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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